한 중년의 신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운(運)좀 봐주라고 했다. 사주는 물위의 뜬 나무의 형상으로 전체 구성이 동방(東方)목(木)과 북방(北方)수(水)의 기운으로만 구성되었다. 쉽게 말해 한쪽으로만 기운이 몰린 것이다. 오행의 구성은 전체의 조화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윤하격이나 청(淸)한 사주가 아니고서는 한쪽으로 기운이 치우쳐있는 사주는 패격(敗格)으로 본다.

문제는 내년이었다. 내년과 그 다음해는 임계(壬癸)수(水) 라고 해서 흑호랑이와 흑토끼띠의 해다. 역(易)에서 물은 검정색을 의미한다. 의뢰자처럼 이미 물의 기운이 넘치는 사주가 또다시 물을 만나면 거대한 해일이 일어난 것처럼 전체를 쓸어버린다.

“운의 흐름이 안 좋네요. 건강이 안 좋으신가요?”

필자의 애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그 남성은 “제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라면서 한숨을 짓더니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솔직히 말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신사의 말을 듣고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원래 타고난 체질에서 간담을 상징하는 동방목의 기운이 물위에 떠있었다. 그래서 유독 간, 담의 관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운로의 흐름이 안 좋을 때 악운을 피하지 못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명을 알고 싶어 온 것이었다. “운로(運路)의 흐름은 안 좋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2년까지가 큰물이 들어오지만 그 다음부터는 나무가 살아나는 갑진년(甲辰年)의 운이 옵니다. 결코 포기하지 마시고 건강을 회복하십시오.” 실제로 병원에서는 최악이었지만 운의 흐름에서는 일말의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분의 상에서 목소리와 눈의 힘이 기운이 있었다. “네, 저는 마지막까지 건강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사랑하는 제 자식과 헌신하는 부인을 위해서라도 꼭 건강을 회복할겁니다.” 그는 누구의 탓도 돌리지 않고 운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고 있었다.

회남자(淮南子)는 ‘福由己發(복유기발) 禍由己生(화유기생)’이라고 했다. ‘복도 나로 말미암아 나오고 재앙도 나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생(生)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말은 자책이나 허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의 결과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을 때 나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게 되고 남을 원망하지 않게 되면서 삶에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종교에서도 자신 스스로가 깨달음을 얻고 사랑을 베풀고 자비를 행하고 스스로 복짓는 씨앗을 뿌릴 때 복(福)은 자연스럽게 온다고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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