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100일을 맞은 20일 오전 사고 현장 인근 상인(피해대책위원회)들이 안전대책 고지 없이 강행된 공사를 규탄하며 ‘선대책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안재영 기자

붕괴 참사 발생 100일을 맞은 20일. 사고 현장 인근 상인들이 거리로 나와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사고 현장은 잔존 구조물 제거를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되면서 참사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었지만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피해 상인들에게 어떠한 안전 대책도 고지하지 않아 정작 피해자인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안감에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이날 ‘화정아이파크 건설현장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가두 행진’을 벌이며 현산에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선대책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참사가) 벌써 백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화된 것도 없이 시간만 지나갔다”면서 “사고 후 피해 상인들은 아무런 보상도 대안도 없어 막막한 생계 걱정과 더불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 상인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알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현산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또 안정화 작업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공사가 오히려 ‘2차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태주 피해대책위원은 “현산에서 곤도라를 투입해 잔재물을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말 구시대적인 발상이고, 건물에 충격이 가게 될 경우 붕괴로 이어지기 십상인 방법이다”며 “그렇기에 공청회를 통해 공법을 검증받고 인근 피해 상인들을 위한 안전조치 여부가 점검돼야 한다”고 열변했다.

앞서 지난 19일 현장을 방문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계획에서 인근 주민과 피해 상인들을 위한 대책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이 안심하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납득할 만한 대책을 주문했지만 이날 현장에선 다시 공사가 재개됐다.

이 탓에 대책위는 전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현장 관계자의 태도가 허울뿐이었음에 개탄하며 현산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날 인수위 방문 때 활짝 열렸던 현장의 문은 대책위에겐 굳게 닫혔고 현장 관계자와의 대담도 수습지원단의 요청 이후 30여분께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대담에 앞서 현장 관계자는 수습지원단 측에 인근 상인들과의 설명회를 가졌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현장 관계자는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금주 내 인근 상인들에게 안전조치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전까지 타워크레인 작동 등 공사 현장 내 모든 작업 중단을 요청했지만 현산 측은 “산업안전공단을 통한 확인을 마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홍석선 피해대책위원장은 “적법한 조치나 안전대책 수립 없이 공사가 강행되면 안심하고 살기 위해 들어 누울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피해 보상 이전 주민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산은 진실성 있는 태도로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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