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아동문학가

“응애, 응애!”

분만실에서 들리는 아기의 첫 울음소리는 만국 공통어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어요!” 누구하나 외치지 않아도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다 알 수 있다. 분만 중이던 엄마도, 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던 보호자도, 아기의 첫 울음소리에 긴장이 풀리며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초조하던 마음들이 사르르 사라지며 마음 가득 따스함이 스며든다. 아기는 또 다시 “응애, 응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제가 태어났어요. 제가 세상에 태어났다고요!” 세상을 향한 아기의 외침이다.

그냥, 심심한 마음에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는 없다.

배가 고플 때도 기저귀가 젖었을 때도, 잠이 올 때도, 엄마 품에 안기고 싶을 때도 아기는 울음으로 말한다. 때로는 칭얼거림으로, 자지러지듯, 낮고도 작은 훌쩍임으로, 높고도 날카로운 울음을 통해 마음을 표현한다. 어서 빨리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마음의 외침이다.

“말을 꼭 해야 하니?”

마음이 울컥, 눈물이 일 때가 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일수록 서러움에 목이 메인다. 나는 지금껏 말하지 않아도, 미리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챙겼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내 마음을 아직도 모르지? 혼자 앉아 이러쿵저러쿵 괜스레 가슴이 무너진다. 그래 놓고선 나 또한, “그러니까, 말 해야지. 말 안 하면 어떻게 아니!” 상대방을 향해 외치게 된다. “내가 말했는데….” “말했다고? 언제?” 답답한 마음에 서로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꼭 다물게 된다. 아이들은 말이 통하지 않은 엄마 아빠가 답답하고, 부모들은 자녀들과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 남편도 아내도 친구도, 서로 통하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내 마음에 맞는, 내 욕심껏 만들어 놓은, 내가 원하는 아이, 내가 원하는 남편, 내가 바라는 아내, 내가 바라는 친구의 틀에 맞춰 더 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뺀 다음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말이다. 제발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 상대방의 간절한 눈빛도 몸짓도 표정도 외면한 채 말이다.

가정의 달 5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가족들은 나에게 어떤 힘이 되고 있을 까. 나는 또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힘이 되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이왕이면!’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도 아내도 자녀도 친구도, 이왕이면 이랬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저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왕이면은 또 다른 이왕이면을 낳고, 또 다른 이왕이면은…, 서로에 대한 아픔과 섭섭함만 남길 뿐이다.

이제는 따스한 햇살이고 싶다. “응애, 응애!” 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엄마의 마음이고 싶다. 방긋 웃어주는 웃음만으로도 행복해 특별히 바라고 원하고 욕심낼 것도 없는 친구이고 싶다. 아기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아기의 마음을 재빨리 알아차려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엄마의 마음처럼, 나도 내 안의 나를 알아주고 싶다. 말하고 싶을 땐, 마음을 열어 말할 것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것이다. 속상하고 화날 때도 괜찮은 척, 웃으며 감정을 억누르지 않을 것이다. 서럽고 속상해 눈물이 날 때면 소리 내어 엉엉, 목청껏 울 것이다. 실컷 울고 나면 어느새 긍정의 기운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것이다. 우리는 또 긍정의 기운들을 모아 서로를 온전히 아끼며 사랑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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