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단어인 경제(經濟)라는 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이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뜻도 중요하고 쓰임새도 많은 좋은 말이다. 경(經)은 ‘날줄’이라는 의미인데, 그 뜻이 확대되어 세상을 구한다는 의미도 갖게 되었다. 뿐인가, 불경(佛經), 성경(聖經), 경전(經典) 같이 세상을 구하는 책에 경제에서 쓰는 경(經)을 쓰고 있으니, 경제정책의 흥망은 곧 국민의 목숨을 좌지우지 한다.

올 봄, 지축을 흔들 듯이 세상이 바뀌었다.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었고 지방선거도 큰 판이 바뀌었다. 거친 민심의 바다는 요동쳤다.

그러나 새 세상은 다를 것인가. 새 판의 국정 도정 시정을 기대하는 민심과 다르게 국내외 세계경제 지표는 매일 우려스러운 지표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신흥국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압박 등으로 연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회귀하며 취약 국가의 자산을 앞다퉈 버리고 있다면서 신흥국 경제 위기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신흥국들이 성장세 둔화와 치솟는 물가, 금리 인상 등 3중고에 직면해 본격적인 부채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14일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라오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Caa3’로 낮췄다. 스리랑카·잠비아·레바논 등은 이미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려 해외에 구제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2010년 재정 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도 심상치 않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경우 국채 금리가 2014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아 부채 상환 부담에 따른 재정 위기 재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까지 겹쳐 침체의 늪으로 동시에 빠져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7일 3.745%로 10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국인은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18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정·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마저 우려되고 있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해야 할 한국경제가 사상 초유의 복합위기에 처해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시달리면서 경기 둔화 추세도 두드러진다. 정부는 첫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비상시국이며 상당기간 복합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달 출범하는 전국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경제 살리기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 정책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지역경제를 담당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 취임을 준비하기 위해 전국 155개 지자체 인수위 역시 지역경제 살리기 정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민생경제가 가장 큰 과제여야 한다. 코로나로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나빠진 경제환경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민의 신음소리를 찾아가 들어야 한다. 어떻게 어려워진 민생을 보듬을지 고민해야 한다.

더군다나 비상등이 켜진 광주전남 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소비자물가는 서민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가스와 전기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 큰 걱정이다.

특히 식재료 가격 급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외식 물가는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품목 가운데 치킨(6.6%) 짜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김밥(5.5%) 라면·커피(각 5.2%) 등 이른바 ‘서민 음식’의 가격 급등세가 도드라졌다.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5.4%로 집계됐다. 자체로도 기록적인 상승률이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물가는 그 이상이다. 직장인들은 1만원 아래로 점심식사를 할 식당을 찾기 어렵고 식용유, 라면, 채소류 가격이 급등해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제자리여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는 이미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은 1982년 7월 이후 39년 만의 최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도 10년가량 잠잠하던 인플레이션이 지난해부터 고개를 치켜드는 양상이 뚜렷하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중 유동성 회수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도 연관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수요·공급 균형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서민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도둑과 같아 민생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광주전남지자체는 경제위기 시대에 더 고통받는 소외계층에 대한 각별한 배려와 대책을 먼저 강구하기 바란다. 빌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유행시켰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더욱 실감나는 시절이다.

미리 대책을 강구하고 엄중한 책임감으로 지방정부의 경제위기 타계책을 가지고 있는 시장 군수를 보유한 지역의 주민은 그러지 못한 지역보다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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