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굴러라 발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시집 ‘가을의 기도’, 미래사, 1991.)

[시의 눈]

새해 계묘년을 맞이합니다. 뭐 삶은 그대로지만 마음을 다잡고 또 새로 다짐을 하지요. 손을 모으고 맘을 일깨웁니다. 어제를 ‘건너뛰듯’ 지나온 날이지만 지평 너머 수평은 또 탄생하는군요. 그 옛날, 설빔에 설레던 때를 그려 보지요. 그럴 뿐, 난 지난해 낡은 옷에다 새해에도 늦잠을 잤습니다. 시를 읽어 보니, 평소 바꾸지 못한 타성을 옛 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 아침 체조라도 할 요량에 이불을 박차지요. 커튼을 걷고 베란다 문을 엽니다. 순간 검은 토끼 형상의 태양이 찌릿하게 눈을 자극합니다. 그는 거북이인 내게 다가와 함께 ‘널뛰자’며 발을 구릅니다. 하나둘셋 그의 구령에 ‘굴르고’ 춤을 추지요. 동해의 일출 앞이듯 함성을 지르며 힘을 주어 딛습니다. 앗 주의해, 층간소음! 그만 주저앉습니다. 허허, 태양은 다 안단 듯 빙글빙글 웃습니다 그려.

김현승(1913-1975)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1934년 동아일보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으로 ‘옹호자의 노래’(1963)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기독교적 신앙에 터한 정수의 시학을 커피 내리듯 ‘절대고독’만을 우려낸 광주의 대표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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