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시한 2022년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초·중·고교 사회·역사·통합사회·한국사·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기존에는 4·19혁명, 6월 민주항쟁과 나란히 기술됐다.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중·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모든 교과에서 ‘학습요소’ 항목이 생략됨에 따라 5·18을 비롯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4·19혁명, 6월 민주항쟁은 그대로 명시돼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정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과 교육계, 시민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다.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비난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광주와 국민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는 준엄한 심판을 경고하면서 즉각적인 원상회복을 촉구했고, 5월단체도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한다”며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이정선 광주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전국 연대 의사를 밝혔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은 국민과 함께를 강조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입맛에 맞게 뒤집혔다. 윤 대통령 스스로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한 것과도 정면 배치되는 행태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문재인 정부 때 내린 결정임에도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는 여당 국민의힘 태도 역시 유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5·18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조속히 헌법에 명기해야 하는 정당성을 갖는다. 교육과정의 개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용과 절차 모두 틀렸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역사 인식이 한심스럽다. 명백한 만행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지난 2004년 제7차 사회과 교육과정에 처음 포함됐다.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 관련자들에게 상응하는 책임도 엄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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