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전쟁의 참화를 피해 광주 고려인마을로 온 우크라이나 피난민 가운데 무국적 고려인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체류 근거인 여행증명서의 효력이 1년 뿐인데, 재발급이 어려운 실정이라 광주 고려인마을은 한국 정부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무국적 고려인 문안젤리카(30)씨와 아들 문마르크(3)군의 국내 체류 비자가 오는 4월 만료된다.

문씨와 아들은 소비에트연방 해체 시기에 국적을 갖지 못하고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진 3만여 무국적 고려인의 후손으로, 이들은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폴란드로 피신했다.

당시 난민센터에 머물며 폴란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으나 무국적자이며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러던 중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고려인을 입증할 수 있는 증명서만으로도 비자 발급이 가능해져, 문씨는 출생증명서를 제시해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여행증명서와 90일 단기비자를 받았다.

이후 광주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항공권을 지원받고 광주에 정착한 문씨는 장기체류를 위해 광주출입국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으나, 여권이 아닌 여행증명서로는 동포비자 발급이 불가능해 난민비자(G-1)를 받아야만 했다.

여행증명서는 난민 비자 갱신 근거자료로 필요한데 1년만 법적 효력을 갖고 있다. 문씨와 아들의 경우 발급 1년째인 오는 4월이면 법적 효력이 상실된다.

이에 문씨 모자는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외교부와 법무부 등에 비자 연장을 신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례가 없어서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여행증명서 효력이 만료돼 문씨 모자가 비자를 갱신하지 못한다면 절차상 한국을 떠나야 하지만 여권이 없어 출국 수속조차 밟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안착한 무국적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문씨 모자와 처지가 비슷한 고려인 후손은 10여명에 이른다.

고려인마을은 무국적자의 서러움이 전쟁의 참화를 피해 온 조상들의 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우크라이나 무국적 고려인동포 문제는 30년 전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오늘날까지 그 후손들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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