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민 전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인간을 대신해 글을 써주는 인공지능 챗 GPT가 연일 화제다. 2016년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보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능가 해 인류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인터넷만큼이나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인터넷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되돌아보면, 그 파괴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챗 GPT는 어떤 질문을 던져도 5초 이내에 답을 내놓는다. 일반적인 지식에서부터 전문적인 학술 문제까지 해박한 대답을 한다. 실제로 챗 GPT에게 미국 변호사 시험과 의사시험 문제를 풀게 했더니 합격점 이상의 답을 썼다. 미국 명문 와튼스쿨 MBA 교과목 시험에서는 B-에서 B학점을 받았다. 챗 GPT는 사람처럼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대답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답변 능력은 더욱 정교화될 것이다.

챗 GPT의 등장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대학교육이다. 이제 학생들은 언제든지 챗 GPT를 통해 궁금한 점을 알고, 리포트와 발표문, 그리고 논문까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전문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교수의 역할도 챗 GPT가 상당부문 대신하게 될 것 같다. 교수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강의실에서 전달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동안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이를 생각으로 정리해 글로 혹은 말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지적 역량을 키워왔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런 능력을 갖추도록 정교하게 짜인 교과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교육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대학은 학생들의 인공지능 이용 능력을 키우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해야 할 입장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챗 GPT 시대에 학생들은 지식습득이나 전략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없고, 그 결과를 글이나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다. 챗 GPT가 그런 과정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챗 GPT의 문제해결 능력이 커질수록 학생들의 의존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이른바 ‘머리를 쓰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지적 능력이 현저하게 약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참 어려운 과제다. 챗 GPT에게 그 답을 물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을 물었더니,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사고력, 소통력, 협업능력 등의 인간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챗 GPT의 대답처럼 이제 대학에서는 필수적으로 인공지능을 잘 알고 활용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에게 떠먹여 주는 교육이 아닌 학생이 떠먹는 교육, 이른바 자기 주도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들이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비판하고, 창조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북돋아야 한다. 그래야만 질문을 잘하는 학생들 만들 수 있고, 학생들의 지적 근육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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