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대전환을 위한 독서인문교육포럼이 3일 오후 전남여성가족재단 공연장에서 열렸다./김애리 기자

전남도교육청 주최, 광주매일신문·광주매일TV가 주관한 ‘전남교육 대전환을 위한 독서인문교육 포럼’이 3일 전남여성가족재단 공연장에서 개최된 가운데 독서인문교육의 활성화 방안이 제안됐다. 이날 포럼은 미래사회 핵심 역량이 될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전남 독서인문교육의 방향과 의미를 되짚어보는 자리로 학생, 교사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포럼에서 제안된 내용은 ‘책 읽는 전남교육’의 조기 안착과 ‘함께 여는 미래, 탄탄한 전남교육’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제발표=▲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
◇좌장=▲이성래 전남도교육청 미래교육과 팀장
◇토론=▲황기웅 흑산초등학교 교사 ▲이동윤 순천복성고등학교 교사 ▲이윤하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학생회장 ▲조옥현 전남도의회 교육위원장 ▲김춘식 동신대학교 교수


“진정한 독서의 참맛은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힘”
●주제발표=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 ‘청소년 독서인문교육의 필요성’

내 인생을 바꾼 중학교 시절에 김유정 소설책을 읽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유럽 작가들이 쓴 책은 내 상황과 맞지 않았지만 김유정 소설의 ‘봄봄·동백꽃’은 농촌 소설로 엄청난 자신감이 몰려왔다. 더욱이 내 고향 전남 곡성 죽곡면 우리 동네와 환경이 너무 밀접했다.

책은 그 사안에 대한 집단 지성의 농축액이다. 타인이 수년 간 취재한 것을 하루 만에 소화할 수 있는 엄청난 효능감이 있다는 점에서다. 독서의 효능감 중 가장 큰 것은 저자의 인생이 한꺼번에 내게로 온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독서의 효능감은 충전과 반전이 있다. 흩어져 있는 구슬을 엮어서 다시 한번 충전되는 과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충전해온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인 충전을 접할 수 있다.

독서의 시작은 다른 사람에 관한 관심 갖기다. 독서를 통해 나도 이 세상의 주인이고, 내 인생도 소중하고 나도 이 세상을 바꾸는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관심거리도 생기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4가지 힘을 기를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기주도성, 즉 스스로 선택하는 힘이다. 두 번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힘, 세 번째는 협력의 기쁨을 알아가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인생은 살만하다고 느끼는 힘이다.

진정한 독서의 참맛은 비판적 사고와 곁가지를 만들어가는 자기주도성을 길러가는 힘이다.

고전 책 중에는 비판적 사고를 담은 금서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은 그 시대에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 본질적으로 재미를 느끼는 데 장점에만 매료된 게 아니라, 한계를 발견하는 데서도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여지와 역할이 있고, 당신에게 열리는 기회의 창이다. 그래서 독서는 간접경험을 통해 내 진로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독서의 완성은 독후감 쓰기, 실천하기, 책 쓰기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서클이라고 본다.

독서의 입체화는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 입체화한다면 책 속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필요하다.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무대로 여행을 하면 독서의 입체화가 된다. 그 다음은 작가와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독후감 쓰기 지도를 할 때 규격화를 하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장점도 있지만, 기준을 세워 작성토록 하면 학생들의 자유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백지상태에서 독후감을 써보라고 하면 창의적으로 변하게 된다.

책을 읽고 학생들이 독후감을 쓸 때는 재구조화를 하는데 나름대로 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로 연결될 수 있다. 학생들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는 독후감 쓰기 방법을 제안하는 걸 추천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그 가치를 내 것으로 체화하고 네트워킹하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며, 독서가 그런 힘을 구현해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챗GPT시대 정보 판단력 갖춰야”
●황기웅 흑산초등학교 교사

챗GPT시대에 학생들이 행복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개념적 지식에 기반한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자신이 쌓은 개념적 지식을 기반으로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한 후, 정보를 창의적으로 수정·보완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양한 간접 체험 경험을 제공하는 독서를 통해 타인이 오랜 시간 궁리한 것을 짧은 시간 안에 간접 체험하고, 사유, 사색, 성찰의 과정을 거쳐 판단하는 경험을 쌓도록 해야한다.

또 하나의 역량은 쓰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질문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함양해야 한다. 학년 수준에 적합한 문(文), 사(史), 예(藝), 철(哲) 관련 다양한 책을 함께 찬찬히 깊이 읽고, 생각을 나누며 정선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뇌과학 관점에서 창의성은 ‘느린 생각’을 통해 함양된다. 독서야말로 느린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진로연계독서 타교과서 확장을”
●이동윤 순천복성고등학교 교사

독서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책 읽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선 책이 숨 쉬는 학교에서, 책을 곁에 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힘이 실린다. 다수의 교사가 도서관에 드나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모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동아리 운영 및 인문사회부에서 저자와의 북토크 등을 기획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또 정규교육과정에서 진로연계독서를 위해 국어 교과 시간 이외의 시간으로 확장돼야 할 것이다. 교사가 학생의 눈높이에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타 교과에서 진로연계독서 시간을 지닌다면 그 자체로서 유의미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서를 만나느냐에 따라 책과 나의 관계를 더 이어갈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학생이 처한 환경을 고려해 리스트를 작성해보고 개별 학생들이 선택한 도서를 학급 내 친구에게 발표하게 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독서만을 위한 ‘독서시간’ 마련되길”
●이윤하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학생회장

청소년들의 문해력은 점점 하락하고 이해심과 공감 등은 고갈돼 가며, 결국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세상에 갇혀 폭력성이 증가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전남지역 청소년 1천497명을 대상으로 독서량 파악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간 부족, 흥미 부족, 도서 소외지역 등의 문제점이 대두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 시간 중 오로지 독서만을 위한 ‘독서 시간’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독서의 흥미 부족에 대해선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 독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 학생들이 직접 책을 읽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실질적 참여 활동이 마련돼야 한다.

전남의 몇몇 지역은 도서 인프라가 부족해 지역도서관과 학교 인근의 서점과 연계해 공공도서관의 책 대여를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독서량 증진을 위해 도서의 권수 증가, 의미없는 프로그램의 구축에 집중할 것이 아닌 현재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독서교육 생태계 구축 협력 강화”
●조옥현 전남도의회 교육위원장

자기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이뤄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것이 독서인문교육의 중요성이다.

독서인문교육을 통해 자신과 타인,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및 판단 능력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의 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를 함양할 수 있는 것이다.

전남교육청은 지역독서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청 산하 도서관과 교육지원청 소속 공공도서관, 학교 도서관들이 지자체 및 유관기관들과 연계해 독서인문교육을 지원하고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독서교육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전남도의회는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해 학부모 도우미 운영비 증액, 지난 6월 추경을 통해 독서프로그램 참여 아침 간편식 예산을 증액했다.

독서인문교육은 기존 학교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이해를 중점에 둬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의 확립을 이루고 사회적인 공감성, 도덕성, 상상력, 사고력 등을 배양하는 데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생각근육’ 키우는 데 중점 둬야”
●김춘식 동신대학교 교수

독서인문교육은 교육청 관할의 초중등 교육을 넘어 지역의 대학과 시민 사회와 연계된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중등 교육과 대학 및 지자체와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지역 교육청과 지역 대학, 지자체와 공동으로 전남독서인문콘서트를 개최함으로써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저학년 대상의 독서인문교육은 규격화보다는 상상력을 확장하는 독후감 중심의 교육, 중·고생 대상은 창의융합교육으로 구분해 시행해야 한다. 창의융합교육은 독서를 통한 글쓰기,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생각근육’을 키워주고 ‘생각의 탄생’을 도와주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키우기, 나아가 챗GPT 대답의 오류를 판단하는 능력, 자료 편집 능력, 발표 토론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주도의 발표·토론형 창의융합 교육프로그램을 전남지역 중등교육과정에 확대해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정리=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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