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첫날이라 외래진료는 차질 없겠지만, 병동은 이미 혼란입니다. 퇴원을 권유하기도 하고, 2차 병원 전원, 신규 입원을 줄이는 등 내부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광주·전남 대형병원에서 일부 혼란이 빚어졌다.

민주노총 전국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15개 지부 사업장 노조원 2천여명이 이날 서울 집회 참석을 위해 상경했고 일부 노조원은 현장 농성 등에 참여해 총 6천여명의 의료인력이 소실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홀은 현장 농성을 하는 간호사들과 접수·대기 환자들이 뒤섞여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당 병원에서는 간호사 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처 앞에는 실습생 신분인 조선대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돼 번호표 발행과 영상등록기 카드 수납, 처방전 발행 등 기기 안내를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농성을 진행하던 노조원 김모씨는 “병원 측에서 제시한 단체협약 조건과 노조 약화 등이 담긴 개악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총파업과 맞물렸다”며 “환자들의 의료 차질이 우려되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날 병원들이 필수인력과 대체인력 등을 끌어 모아 외래진료와 수술 등에서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입원 병동에서는 체감할 만한 혼란이 일어나 환자들의 원성이 매우 높았다.

오후에 퇴원을 한다는 박모(52)씨는 “체감상 70% 정도의 병동 간호사가 빠져나간 것 같다”며 “9인실을 사용하는데 어제까지 4명이 퇴원했고, 오늘도 나를 포함한 3명이 퇴원한다. 담당교수가 회진을 와서 주사를 놔줄 간호사가 부족하다. 퇴원해서 외래진료 받기를 권했다”고 토로했다.

14일 퇴원날짜를 받았다는 최모(71·여)씨는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일주일 전부터 실습생들이 간호사와 함께 다니고 있다. 파업을 대비해 병원 측에서 예비인력을 모집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파업을 시작한 이날과 지난주 같은 요일인 6일 기준으로 병상환자 수와 신규 입원 환자 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전남대·조선대·광주기독병원에 따르면 지난 6일 병상 환자 수는 각각 896명, 691명, 430명이었지만 이날 기준 환자 수는 840명, 496명, 368명으로 최소 56명에서 최대 195명까지 감소했다.

신규 입원 환자 수도 각 133명, 81명, 67명에서 74명, 18명, 13명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시각 전남대병원의 입원 환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60대 박모씨는 “어제랑 비교했을때 주사를 맞을 때나 약을 탈 때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졌다”며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너무 불안하다”고 하소연 했다.

병원 측은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외래진료 축소, 수술 취소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광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틀간 총파업은 대체인력 등을 투입하면 큰 차질 없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병원 개별 임단협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아 파업이 이어지면 병동 통합 운영, 진료 축소, 수술 취소 등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복·안태호·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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