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作 ‘사유하는공간’

박정일作 ‘Family(가족)’

이인성作 ‘나만의 공간’

김자이作 ‘휴식의 기술 - What’s in my mind’

소지품은 곧 나의 삶, 나 자신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가방 속’이라는 말은 넓게는 내 차 또는 방 안, 깊게는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며 내면의 방으로 통하는 통로가 된다.

이처럼 사소한 일상에서 미학적 가치를 발견하고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자신들의 내면을 묘사하는 작가들의 단체전이 마련됐다.

드영미술관 2023 기획전시 ‘What’s in my bag: 내 가방 속 물건들’이 오는 19일까지 펼쳐진다.

전시 제목으로 쓰인 ‘What’s in my bag(왓츠 인 마이백)’은 유명인들이 SNS,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애장품을 가방 속에서 하나씩 꺼내며 소개하는 콘텐츠명이다.

이 콘텐츠는 이른바 완판이 되게 하는 광고효과를 가지기도 하지만, 내가 동경하는 한 사람의 소중한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전시에는 총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자이는 자신과 타인의 휴식 방법을 서로 교환하며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리서치를 통해 공유된 결과물의 일부로 공간을 조성했다.

관객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조용한 공간에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마음을 살핌으로써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유빈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상상했던 섬을 모티브로 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있어 섬은 다음 세계로 향하기 위한 사유(私有)의 공간이자 사유(思惟)의 세계인 것이다. 자신만의 섬을 찾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긴 호흡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인성은 평범한 삶의 한 장면을 포착해 그 현상을 보고 불현듯 다가오는 감정 또는 깨달음을 그림으로 각색한다. 한 프레임 안에서 구상적 형태와 추상적 형태, 차분한 색감과 눈에 띄는 색감이 대조를 보여주며 공존하는데,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편리함을 선택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박정일은 작품 속 반려동물을 등장시킨다. 명제 ‘Family’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작가에게 반려동물은 벗이고 가족이다. 이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들의 주인공으로 의인화하며 여기에 작가의 상상과 위트가 더해져 더욱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특별할 것 없는 물질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현실과는 또다른 세계와 마주하고 자신에 대한 신선한 사유를 근거로 일상을 환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영 드영미술관장은 “소중한 물건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알고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