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21일 4개월여 만에 재가동했지만 ‘꼼수 위성정당’ 논란을 자초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개혁 방향을 놓고 여야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여야는 정개특위 법안심사 2소위원회를 열어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선거제 개편안 심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여야는 회의 초반부터 비례대표 선출 방식,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 문제를 놓고 부딪쳤다.

제2소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여야 양당 지도부의 사전 협의와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추인받았고 민주당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두 달 반이 넘도록 민주당 당내 조율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비례대표 정수와 관련해 “한쪽은 늘리자, 다른 한쪽은 줄이자고 해왔는데 47석인 현행대로 하는 게 어떠냐”며 “빨리 이것을 결정해야 선거구 획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여야가 소선거구제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는 큰 틀의 합의가 됐다”면서도 “다만 몇 명을 비례대표로 뽑을지, 방식을 병립형으로 혹은 연동형으로 할지에 대해선 전혀 의견 접근을 못이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소수정당 진출 등 다양성 보장 차원에서 우리는 연동형을 고수하는 상황이다”며 “비례대표 정수도 지역구를 약 13석 줄여 총 60석 정도로 하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병립형 비례제 재도입에 합의했다’는 설과 관련해선 “현행대로 가면 위성정당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여당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선거제에) 합의해야 한다면 병립형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국회 주변에서는 거대양당이 이처럼 비례대표제를 놓고 전전긍긍인 이유는 앞으로 탄생할 ‘제3지대 신당’의 파괴력을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 별로 의석을 나누자는 것. 신당은 사실상 지역구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없는 만큼 거대양당에 유리한 제도다.

이와 달리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 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했다면 비례대표에서 그만큼의 의석을 채워주는 제도란 점에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회 관계자는 “만약 병립형으로 결정되면 ‘신당’이 거대양당 사이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게 될 것이다”며 “하지만 연동형으로 갈 경우는 ‘신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준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된다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므로 사실상 ‘신당’이 국정 전반에 걸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김진수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