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클릭아트

#최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한 A(50대·여)씨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장을 보고 온 사이 차량 앞쪽 라이트가 파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는 이를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블랙박스와 CCTV 등을 확인해도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결국 자비로 라이트를 수리해야만 했다.

#광주 북구 한 원룸에 거주하는 B(34)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원룸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의 문이 긁혀 있어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긁은 곳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이 블랙박스나 CCTV에 찍혀야 고의성이 인정되고 처벌할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B씨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달려있지 않았고, 세워둔 곳 인근에도 CCTV가 없는 등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결국 자부담으로 문을 교체했다.

지난 2017년 일명 ‘주정차 뺑소니 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미조치 사고가 늘고 있다.

더욱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으면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 그 피해는 억울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월23일 도로교통법 제54조와 제156조의 일부 개정안이 발표, 다음 날부터 타인의 차량 등의 물건에 손괴를 입힌 뒤 조치하지 않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사고를 낸 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차량 미조치 사고’가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는 게 경찰과 입법 기관의 공통된 기대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광주에서 ‘차량 미조치 사고’는 ▲2018년 7천690건 ▲2019년 8천96건 ▲2020년 7천901건 ▲2021년 8천95건 ▲2022년 7천926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처벌 건수라고 할 수 있는 범칙금 부과는 ▲2018년 3천371건 ▲2019년 3천373건 ▲2020년 3천303건 ▲2021년 3천789건 ▲2022년 3천59건, 구류는 5년간 0건으로 처벌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가해자를 찾지 못할 경우 피해 차량 운전자들은 자비로 수리비를 부담하거나 보험처리를 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해진다는 점이다.

한 보험 회사 관계자는 “미조치 사고가 난 고객 다수가 보험 처리를 하는데, 차종과 보험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재계약 시 할증이 붙게 된다”며 “이런 경우를 막고자 회사도 가해 차량을 찾는 노력을 하지만, 수사 기관이 아닌 이상 한계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미조치 신고가 들어오면 주변 차량 블랙박스와 CCTV를 확인하지만 사고 일시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경미한 사고의 경우 통고 처분 특례로 범칙금 부여가 원칙이지만 피해자가 합의 후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책임을 묻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파손 등을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신고 등의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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