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7(목)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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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료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 운영하는 의료기관 및 약국을 말한다.
지난 2018년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가 전형적인 불법개설의료기관 폐해의 대표사례로 볼 수 있다. 국민의 생명, 안전, 건강은 뒷전이고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결과, 밀양세종병원에서 사망자 47명, 부상자 112명이 발생됐다.
불법개설의료기관은 과잉진료, 값비싼 진료, 특정 의약품 처방 유도,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 공단 발표자료(2012년-2021년)에 따르면 일반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은 26.6%인 반면, 불법개설의료기관은 43.2%로 16.6%p 높았다. 일반기관의 입원환자 비율은 1.5%인 반면, 불법개설의료기관은 3.7%로 2.2%p 높아 불법개설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의 침해 외에도 불법개설의료기관은 국민의 호주머니 돈도 강탈해간다. 세입세출을 맞추는 단기보험 형태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이미 100조원인 시대를 넘어섰다.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건강보험 진료비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 한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모아진 건강보험재정이 불법의료개설기관의 부당청구로 새어나가고 있는 상황을 해결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듯 국민에게 재정 피해를 주는 불법개설의료기관을 적발하기 위해 공단은 해당 조사에 특화된 의료·수사·법률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양성하며 불법개설의료기관 조사를 나선 지난 2009년부터 15년 동안 1천700여개의 불법기관을 적발해 3조4천억 원을 환수결정하는 큰 성과를 얻은 반면, 환수율은 6.9%에 불과한 불명예도 얻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저조한 환수율에는 법과 제도에 의한 구조적 한계가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단은 현재 수사권이 없다. 다시 말해 계좌 추적 권한이 없어 혐의 입증이 어려우며 자금과 재산을 은닉한 자에 대한 추적이 불가해 실질적 환수가 곤란하다는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단 발표에 따르면 평균 11.5개월이 걸리는 경찰 수사의뢰에 의존하다 보니 우여곡절 끝에 잡은 환수 대상자들은 이미 사해행위로 인해 환수가 불가능한 무재산자가 돼 있고, 이 비율은 무려 70%나 된다.
그리하여 공단이 지난 15년 동안 환수와 관련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정당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공단 특별사법경찰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지난 2020년부터 몇 차례 법안 통과가 무산됐지만, 공단의 특사경 도입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제21대 국회에서 특사경 도입에 대한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1월10일 개최됐던 국회 제1법안소위에서 법안 심의가 있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2023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도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진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다른 어느 때보다 특사경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불법개설의료기관 근절로 확보된 재정을 간병비·필수의료 등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곳에 집행해 급여범위를 확대하고,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완화시켜 주길 바란다. 건강한 의료환경을 조성해 선량한 의료기관이 피해를 입는 일도 없어야 한다.
공단 특별사법경찰제도가 도입된 미래를 꿈꿔보자. 수사의뢰부터 수사결과 확보까지 평균 11.5개월이 걸리던 수사가 공단 특사경 수사에 의해 3개월로 단축되는 미래, 연간 약 2천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누수가 차단되고 채권의 조기 확보로 환수율이 제고되는 미래,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는 미래!
이처럼 미래 세대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줄이고, 보장성을 확대해 적정 수가를 지급할 수 있는 우수한 K-건강보험은 K-공단 특사경 도입 여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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