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도 前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

최근 지방자치단체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지방자치단체 청사마다 민원인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사건들은 그 이유다. 지자체 출입을 위해 신분증 교환과 사전 면담 약속이 확대되고 있다. 더하여 최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공직자 이름이 비공개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에서 공문을 하달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직원 정보 공개 수준을 조정하라는 권고였다. 수신처는 정보공개법 적용기관이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첫째로 정보공개법 제9조는 사전적으로 직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홈페이지에 직원 정보(성명·직위 등) 공개를 유도하는 관련 지침은 개정 완료 또는 개정 추진 중에 있다. 셋째,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 취지에 맞춰 직원의 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홈페이지 상 직원 성명을 비공개 하는 등 기관별 상황에 맞게 적의 조치할 것을 당부했다. 행안부의 권고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자체들의 움직이 빠르다.

자치시대는 관치시대와 다른 문법이 펼쳐졌다. 자치시대 이전 공공기관은 주민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다른 물리적·심리적 간극이 있었다.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공간이었고, 중앙정부에서 임명돼 부임한 행정기관장을 위해 관사는 필수였다. ‘문턱이 사라지고’, ‘담장이 없어지고’, ‘관사가 사라진’ 지방자치단체를 맞이했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됐다.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당시 광주 북구가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의 벽을 허물었다.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공직사회의 문턱이 낮아지고 지자체 주인이 주민이라는 인식이 열린 것이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따라하기 바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일이었다.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자치 행정을 펼치겠다는 민선 단체장 의지의 발로였다.

최근 지자체 문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개인정보 침해 및 범죄 예방, 사생활의 자유 등이 주된 이유다.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해야 할 때 다소 불편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열린 행정은 지방자치에서 중요한 가치다.

공공선을 수행해야 할 곳에서 사적 감정으로 모두의 권리를 훼손한 자에 대해서는 접근을 금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전자팔찌와 유사한 방식도 도입하면 좋겠다. 그리고 개방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개방성은 매우 중요하다. 공공은 오직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곧 다가오고 있다. 두 가지 유형의 지자체로 나뉜 선거를 맞이할 수 있다. 문턱이 있는 지자체와 문턱이 없는 지자체로 분류될 것이다. 지자체 문턱이 선거의 화두가 될 것이다. 결국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될 것이다. 모청사를 방문한 어떤 주민께서 이런 말을 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청사가 있는가? 모든 청사는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