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화)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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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다산 정약용이 지은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이전에 달게 먹던 것도 지금은 쓰다고 뱉는다. 사람은 자신의 이득에 따라 교묘히 바뀐다’는 구절로 등장한다.
올해 3월을 아직도 기억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전남도에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언급하면서, 도내 동·서를 막론하고 환영의 뜻을 표했고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며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법에도 없는 권한이 생기는 건 왕조시대나 있을 법한 일’, ‘대통령 정치적 말 한마디를 확대해석해서 이 사태를 만들어 내는걸 보고 권위주의시대 행정에 물들어도 너무 심하게 물들었다는 생각’, ‘권한 없는 사람들의 정치행위’ 등 전남도에 의대 신설의 권한이 없다는 등의 비판의 강도가 세지며 심히 우려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대통령 말씀과 국무총리 담화문을 전 도민이 함께 들었음에도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말을 거부하는, 전무후무한 행보로 비칠 수 있다. 마치 대통령과 총리가 법을 모른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분명,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를 전남도가 정해서 알려 주면 추진하겠다’는 말은 3월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유리한 쪽으로 말을 바꾸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지역 정치인들이 문제다.
지금 우리끼리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지난 세월 동안 전남도는 국립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 없어 얼마나 서러움을 겪었는가? 연평균 300명의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고 있으며, 매년 70만명의 지역민이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다. 그로 인해 연간 1조5천억원의 의료비가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 1인당 연간 의료비가 241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이유다.
30여년간의 기나긴 아픔 끝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지펴졌다. 이 귀중한 불씨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다가는 꺼져 버릴 위험이 크다. 이제는 이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내, 전체 도민이 함께 온기를 나눌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어느 대학에 할 건지 전남도에서 정해서 알려주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요청을 받은 전남도는 대학 추천을 위한 용역 절차에 착수했다. 도의 입찰공고 내용을 살펴보면,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설립 방식 선정부터 정부 추천대학 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엄격한 절차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진행한다고 한다. 평가부터 정부 추천대학 결정까지 전 과정을 용역 기관에서 엄격한 절차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전남도는 국립의대를 지역 내 공공의료 사령탑으로서 부속병원과 협력병원을 중심으로 강소 전문병원 등 도내 의료기관과 협업해 지역 의료체계를 완성하고, 필수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 대학과 지역, 도민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어느 한 대학이 선정되더라도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전체 도민의 건강권 관련해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상황에서 중앙 정부에 한 대학을 선정해달라 요구하면 기회는 날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만에 하나 선정되더라도 정부에서는 다른 쪽의 대안까지 신경 쓰기 어렵다는 현실을. 전남도 역시 어느 한 지역을 선정해 정부에 추천하는 공모 방식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안다. 필자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2021년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은 이렇게 절규한다.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지금 전남도의 동·서부권 갈등이 딱 그런 형국이다. ‘이러다 다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서로 힐난하며 지역간 갈등을 키울게 아니라, 정부와 지역사회, 그리고 대학이 하나 돼 국립의대 설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로부터 의대 선정 요청을 받은 전남도의 상황을 십분 이해한다. 이제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을 믿고,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에 함께 힘을 합쳐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200만 도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도민을 위한, 도민의 국립의과대학’이 설립될 수 있도록 이제는 갈등이 아닌 화합으로 뜻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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