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애 作 ‘이상향을 찾아가는 여정’ <작가 제공>

모네 作 ‘수련’ <위키피디아 검색>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의 발달로 어느덧 상상도 못할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혁명 단계를 넘어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가히 최첨단을 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요즘 세상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자면 일명 ‘상실의 시대’라 불리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로는 모든 것을 빨리빨리 게다가 시간에 쫓기듯 너무 바쁘게 보내야만 하는 일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사회 속에서 ‘삶에 여유는 사치’라고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물신주의가 빚어낸 폭력적인 사회 생태계 속에서 자아 상실이 아닌 자아 성찰을 하기 위한 삶의 지혜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만들어 내는 일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조금이라도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말초적 쾌락만 쫓는 빠른 스피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고 표현해 낼 줄 아는 느림의 미학이 가져다주는 삶의 지혜를 갖추고자 노력해야 하겠다.

그렇다면 삶은 무엇인가. 살다 보니 정말 삶은 사르트르의 말 따라 ‘B와 D 사이의 C’가 맞는 것 같다. 출생과 죽음을 뜻하는 Birth와 Death 사이의 삶. 그리고 C!

모네 作 관객과 마주하고 있는 모네 作 ‘수련:구름’ <위키피디아 검색>

‘Choice’, 바로 ‘선택’이 우리 삶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은 삶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은 매번 어김없이 찾아온다. 게다가 바로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가 없는 진짜인 것이다.

그렇다면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매 순간 선택의 결과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는 삶의 여정에 있어서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올바른 삶을 살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단언컨대 옳은 삶이란 없지만, 무언가를 매번 선택하기 위해 수많은 생각을 하더라도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있다.

바로 ‘능동적인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만의 속도를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는 일이다. 능동적인 삶에 대한 의지는 먼저 ‘자신만의 속도를 캐치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삶을 통틀어 자신만의 속도로 그리고 화가로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이는 인상파 화가 ‘모네’를 꼽을 수 있다.

‘수련 연작(위로부터 초록그림자, 구름, 아침, 일몰)’ <위키피디아 검색>

무려 43년이란 시간을 들여 제작한 그의 수많은 ‘수련연작’들은 그 장황한 서사를 마무리하듯 프랑스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11년 동안 공들인 8점으로 귀결돼 걸려 있다.

전시된 8점의 작품들은 각각 높이 2m에 가로 폭이 12m가 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데, 타원형의 거대한 미술관 벽을 빙 둘러싼 채로 걸려 있다. 게다가 그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가운데 마련된 의자에 앉을 수 있는데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간 모네의 일생에 감정이 격해지기도, 또 마치 실제 호수 속에 있는 듯한 기분도 함께 느껴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련연작들은 모네가 파리 근교에 위치한 작은 마을 지베르니에 43년간 거주하며 제작한 그림들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던 자신의 집 연못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작품으로 작품을 둘러보면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모네의 작품에서는 인상파의 전형적인 모습이 비춰진다. 그 또한 자연과 사물의 형태나 원근법 등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의 눈이 감각하는 실제 빛의 표상을 드러내고자 노력했다.

이렇게 빛의 화가들은 실제 사물의 외형을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의 눈만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화폭에 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빛을 통해 재현되는 세상의 모습과 그 빛이 인간 눈에 닿는 찰나의 순간은 사진이 담는 세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찬란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자 호수와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던 그는 결국 백내장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색이 변색 돼 보인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일 테다.

인상파 화가로서 모네 스스로가 선택한 것은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 게다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품이 더디게 완성되더라도 자연의 흐름에 맞춰 침착스럽게도 그림을 그려냈다는 사실이다.

화가로서 견디기 어려웠을 백내장의 고통도 이겨내며 자신만의 속도로 생의 끝날까지 그림을 그렸던 그의 확고한 선택은 그를 인상파 화가들까지도 결국 뛰어넘게 만들었다.

이처럼 강한 의지와 정신력에 기반한 자신만의 속도로 작품을 제작해내고자 노력 중인 청년작가 최소애 작가의 작품도 함께 살펴보자.

그녀의 작품 ‘이상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면 금색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화면 한가운데 산등성이와 물에 비친 산 그림자가 보인다. 그리고 화면 오른쪽을 채운 날렵한 선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이동시키면 마치 새장 같은 달팽이의 집들에 도착하게 된다.

두 개의 달. 한국화적 요소가 다분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 한땀 한땀 여러 겹으로 물감을 쌓아 만들어진 차분한 배경 위로 날렵하고 운치 있는 선의 묘사가 눈에 띈다. 이 선은 무엇일까?

작가는 삶을 살며 선택의 순간에 놓일 때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목적지들 그리고 마침내 선택해낸 길을 가는 일을 이와같이 표현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하나의 목적지를 겨우 찾았어도 길 위에 달팽이 모습은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

<이현남·전남대 강사>

바로 이 달팽이의 모습은 정신없이 바쁜 현대사회 속 수많은 선택을 가늠하며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자 작가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를 작품 속 속절없이 느려터진 달팽이에 담고 있음이다.

그러나 작가는 느림의 대명사라 빠른 사회적 속도는 비록 맞추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삶의 목적지를 향해 자기만의 템포로 결국은 기어이 도착해내고야 마는 능동적이며 단단한 내면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결국 느려보여도 포기하지 않는 한걸음이 중요할 뿐이다.

오늘 하루 독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전히 수동적인 삶을 살며 이리저리 휩쓸리며 정신없어 할 것인지, 느리지만 능동적으로 꾸준히 나만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인지 바로 그 선택은 독자들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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