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화) 18:58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3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 운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혈중알코올 0.091% 상태로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운전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무적자(無籍者)로 드러났다. 무적자란 정부기관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자를 일컫는다.
또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알 수 없어 국적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 탓에 A씨는 운전면허 취득은 물론 자동차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무면허 운전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는데, 이름조차 확인할 수 없어 ‘성명불상’으로 기소됐다.
A씨가 ‘성명불상’으로 재판대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존에도 음주운전 등으로 기소됐었다. 당시 검찰은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공익 소송 일환으로 광주가정법원에 ‘성과 본 창설허가’를 청구했다.
성과 본 창설허가는 부모를 알 수 없는 자에게 법원이 예외적으로 성과 본을 낼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해당 청구는 2019년 7월 기각됐는데, A씨가 ‘내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다.
최소한의 신분이라도 갖출 기회마저 무산되면서 A씨는 무적자로써 삶을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A씨를 돕는 ‘특정후견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문제는 현행법상 국가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사건을 접한 법조계의 반응과 진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명불상’ 피고인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본다”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에 형사법 적용 대상은 되겠지만, 신원 자체가 없는 만큼 국가 인증 자격증 취득은 물론 복지 제도 수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태껏 드러나지 않았던 법의 사각지대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같다”며 “무적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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