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입깃해파리. <전남도 제공>

정부가 해파리 대량 발생을 어업재해로 인정하고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어획량 감소나 조업 정지 등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사실상 허울 뿐인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 규모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을 어업 시설물로만 한정하는 바람에 관련 법 개정 이후 10년이 넘도록 전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단 한 건의 피해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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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남도·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010년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해파리 대량 출현을 어업재해 범위에 포함하도록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개정,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2013년엔 구체적 지원 범위 등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지원이 어려웠던 농어업재해대책법 시행규칙도 개정, 어업 활동(근해어업, 연안어업, 구획어업, 정치망어업) 중 발생한 어업용 시설 피해를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개정안은 어업용 시설물 피해액이 시·군별로 3억원 이상일 경우 국가 지원, 3억원 미만일 경우 지자체에서 양식물 및 파손된 어업용 시설의 시설·철거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어가 생계 안정을 위한 조세 감면, 건강보험료 감면, 영어자금 상환연기·이자 감면 등 안정자금 지원도 명시했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이 같은 대책이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피해 지원 대상이 수산양식물 및 어업용 시설 파손 등 구체적 피해로 한정돼 가장 피해가 큰 어획량 감소, 상품 가치 하락, 조업 정지 등에 대한 피해 지원은 원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 개정 이후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파리 대량 발생으로 인한 피해 지원은 단 한 것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지원 사례가 없다 보니 매년 정규 예산 편성은 언감생심이다.

이처럼 해파리 대량 발생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년 해파리 발생 시기만 되면 어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여수 돌산도 인근 해역의 정치망(고정식 어구·어망 사용) 어업인들이 소속된 전남정치망수산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어망·어구에 담을 수 있는 물고기 양이 한정된 만큼 해파리 대량 발생으로 어획량 감소가 심할 경우 아예 철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독성 있는 해파리를 제거하는 비용과 인력 등의 손실은 막대한 반면,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여수 돌산도 인근 해역에서는 직경 1m, 무게 150㎏까지 성장하는 대형 독성 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매년 대량 출몰하고 있다.

‘보름달물해파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득량만 해역에서 자망 어구로 어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최대 갓길이 30㎝, 무게 300g까지 성장하는 소형 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는 노무라깃해파리와 달리 ㎏당 300원 꼴의 수매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80명의 어민이 가입된 보성 회천자망협회 오병관 회장은 “해파리 발생 시기만 되면 한 철 사용할 그물을 몇 일만에 교체하고 서대, 양태, 전어 등 잡히는 어종마다 해파리에 시달려 죽은 탓에 품질도 안 좋아 작업을 하면 할수록 사실상 손해”라며 “자망으로 어획하면서 해파리를 많이 구제해도 별도 지원이 없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자망 어업인들은 피해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양수산부는 ‘어업인들이 요구하는 해파리로 인한 조업 피해 보상은 조업 손실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피해액을 산출하기 어려워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파리 발생으로 인한 어민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나 어획량 감소, 작업시간 지연 등 어업 피해 범위와 피해 정도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올해도 전국적으로 18억2천만원을 투입, 피해를 사전에 줄이기 위한 해파리 구제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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