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께 광주 남구 원산동 대골제 일원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병호(72)씨가 지난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논, 농장 등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주성학 기자

“올해 장마로 인한 피해는 아직까진 없지만,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2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석축 일부에 파란색 방수포가 덮어져 있다.

방수포로 덮인 석축 바로 위에는 야산과 경계를 구분하는 난간이 있었는데, 언덕 아래로 반쯤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난간과 석축 군데군데는 인근 야산에서 흘러내린 듯한 흙으로 덕지덕지 칠해져 있었다.

석축 사이에는 ‘낙석 위험’이라는 안내판이 줄지어 있었는데,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6월 기록적인 폭우로 석축이 무너져 토사가 유출된 곳이다.

당시 다수의 석축이 무너진 게 아니어서 큰 피해는 없었으나, 만일 그랬다면 인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도 충분히 토사가 유입되고 시설물 파손 역시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다.

이에 해당 아파트 측은 올해 초 보수공사를 완료했으나, 지난해 석축 무너짐을 겪은 주민들은 혹시 올해도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을지 불안감을 내비쳤다.

주민 박모(20대)씨는 “올해 장마 동안 지난해 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하던데, 혹시 또 돌이 무너져 피해를 입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계자는 “석축이 무너진 후 안전진단을 실시했고, 취약한 부분에 방수포를 설치했다”며 “당시 무너졌던 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혹시 모를 사고 방지를 위해 방수포를 그대로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컸다.

남구 원산동 대골제 인근 농가 대부분은 지난 주말부터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는 비로 인한 피해는 아직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농가들은 마음을 놓지 않고 애써 키운 작물이 상품성을 잃지 않도록 논 주변 배수로 정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몇몇 비닐하우스 농장은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물막이판을 설치해 둔 상태였다.

12년째 이곳에서 약 1천487㎡(450여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병호(72)씨는 배수로의 상태를 살피며 “지난해 입은 피해가 워낙 커 좀처럼 안심이 되질 않는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김씨는 “당시 장마로 인근이 전부 물에 잠겨 키우던 17종의 작물 모두 죽었었다”며 “앞으로 일주일 넘게 비가 온다는 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씨는 “오늘 저녁부터 비가 다시 온다고 해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배수로를 다시 살피는 중”이라며 “날씨는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무사히 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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