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 앞에 선 김혁정 작가.

울긋불긋 피어난 꽃망울 내지는 우주를 유영하는 별들의 움직임같이 보인다. 한 사람의 작업인가 싶을 만큼 다양한 조형언어가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다.

오는 12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초대전 ‘이제 꽃을 품다’를 갖는 김혁정 작가를 최근 전시장에서 만났다.

해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작품세계를 일궈가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파리 유학시절 그린 판화 미발표작부터 수채화, 오브제, 최근작인 ‘피우다’ 연작까지 총 36점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 토박이인 작가는 한 해 동안 그림을 100장 넘게 완성할 만큼 작업에 몰두하던 이였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국내외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오던 그는 몇 년 전 큰 병을 마주하며 휴식을 갖고 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소위 ‘생존’ 판정을 받았다. 6년 만의 나들이 격인 2022년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전시에 이어 같은 해 광주에서 지스트 오룡아트홀 개관 초대전, 지난해에는 자신의 석사논문 ‘화순 천불동의 석불과 석탑’을 주제로 한 드영미술관 초대전까지 열었다.

이번 초대전은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이후 광주에서 세 번째로 여는 전시인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품어낸 근작들이 메인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벚꽃이 연상되는 분홍빛 ‘봄’, 푸른 신록 숲을 거니는 듯한 ‘여름’, 무수한 낙엽 무더기로 둘러싸인 ‘가을’, 햇볕에 반짝이는 ‘겨울’의 눈 쌓인 거리까지. 그가 표현해낸 ‘사계’는 관객 저마다의 사유를 불러오게 한다.

“그림 속 풍경은 피어나는 꽃이기도, 별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일 수도 있어요. 꽃으로 피어난 별과 같이 윤회적인 세계를 내포하고 있기도 해요. 계절을 읽어내며 작업했어요.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색을 유추해볼 수 있죠. 나름의 변주곡으로 사계를 노래하는 작품들입니다. ”

작품 밑 캡션은 과감히 생략했다. 문학에서의 ‘독자 반응 비평’과 같이 관람객이 그의 그림 자체에서 오롯이 무언가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이번 전시 주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시절이 꽃을 피우는 것이지, 꽃이 피어 시절을 아는 게 아니에요. 유기적 관계로서 꽃이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그걸 품는 거죠. 그림 속 피어오르는 각자의 꽃을 떠올려보며 관람객들도 마음속 울림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밖에도 전시장에서는 광배를 두른 부처의 형상을 나타낸 철삿줄 오브제, 갈치 상자를 캔버스 삼아 그린 회화, 땅의 질감을 강조해 모성의 숭고함을 담아낸 ‘대지의 노래’ 등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유로움 속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싶어요. 마음속에서 피어난 세상의 많은 것들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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