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일) 13:32
|
그럼 필자는 이 지역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어디가 있는지 다시 묻는다. ‘아’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그제야 지역교육청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낸다. 그렇다. 우리에겐 지역교육청이 있고, 그 수장(首長)으로는 교육장이 있다.
교육장(敎育長)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의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를 분장해 1개 또는 2개의 지방자치단체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교육지원청의 장을 말한다.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교육감이 임명한다. 참고로 전남의 경우 22개의 시·군에 22개의 교육지원청에 총 22명의 교육장이 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22개 시·군 교육장들의 초·중등학교 출신 비율을 11대 11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교육장에 발탁되면 그간 애타게 품어왔던 교육 신념을 꺼내어 지역 특색에 맞춰 지역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을 찾고, 그러한 교육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교육 행정을 이끈다. 특히 지역 내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내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지역사랑을 깨닫고 지역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교육장 역시 여기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년. 교육장 임기 2년은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이나 사업 등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시·군민들 역시 짧은 임기로 인해 지역교육이 아쉽다고들 말한다.
지난 2여 년간 제12대 전반기 교육위원회 위원의 임기를 마치고 보니, 교육장 중 능력이 있더라도 임기가 길지 않다 보니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능력 있고 일 잘하는 교육장의 임기를 늘려 지역 내에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줘야 지역도 살고, 학생도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깊이 있는 지역 교육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육감이 인사관리 기준에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교육장의 임기를 늘리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임기를 늘려줄 순 있으나, 이는 매우 희박한 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0년 9월1일자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해남교육장의 임기를 1년 유예해 3년으로 연장한 바 있으나, 이 일이 마지막일 정도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이마저도 특별한 기준이나 절차가 없다는 것을 사유로 일선 현장에서는 왜곡된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교육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장학관들의 적체가 우려되지만, 교육장 중에서도 업적이 뚜렷한 교육장에 대해 임기 연장을 적극 검토하는 것도 지역교육의 질 향상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며, 적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교육장 임용 시 교육감 발탁보다는 임용심사제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전남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9월1일자 인사에서 처음 영암교육지원청 교육장 인사에 임용심사제(일명 교육장 공모제) 시범을 보인 바 있다. 자격이 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서류 접수를 받아 역량을 평가해 최종 선택까지 검증을 받는 제도다.
이제 첫발을 뗐지만, 어느 정도 할당량을 둬 능력 있는 교육장들이 뽑히게끔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미래교육에 있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감의 하급 행정교육기관에서 탈피해 교육감과 함께 지역을 만들어가며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이 막 돌아가려고 하는데 교육장의 임기가 끝나버린다면, 지역교육 수준은 언제나 처음, 제자리걸음을 면할 수 없다. 교육장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그 자리에서 최대한 길게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전문성을 가진 교육장이 그 자리에 앉고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공개모집을 통해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우리 전남도 교육이 지역의 특색을 안고 지역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을 찾고, 그러한 교육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제 조금씩 변화할 때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옛말처럼 기존의 것을 개혁하고 성장시키는데 망설이지 말고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