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Seeing’ 작품 일부 컷

모니터 안의 공간을 밖으로 끄집어낸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전시공간 사방의 벽면에 골목길을 걸으며 촬영한 영상이 상영되고, 구글 지도의 스트릿뷰와 같은 화면이 펼쳐진다. 관객은 바퀴가 달린 스크린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접고, 펴고, 이동하며 스크린의 프레임 안에 무엇을 담을지 결정할 수 있다. 이는 관객이 스크린을 또 다른 신체처럼 대면하기를 원한 결과물이다. 관객의 몸과 시선의 위치가 바뀌고 스크린의 형태가 변함에 따라서 스크린에 모인 시공간 배열도 함께 달라진다.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이 올해 첫 번째 전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 오버랩(남구 구성로 76번안길 5-4)에서 펼쳐지는 박보오리 조각가의 미디어 작품전이다.

‘Site-Seeing’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주제연구와 매체실험을 통한 오버랩의 C-LAB. 프로그램 결과전이기도 하다. 개인의 영역에 머물던 기존 시각예술분야 창작에서 벗어나 기획자와 기술감독 그리고 예술가의 협업으로 매체를 확장하는 일종의 미디어 랩 개념이다.

오버랩은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예술가를 선정, 5월부터 온·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주제와 실험의 목적, 구현에 대한 방법론을 함께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해왔다. 여기에는 참여작가인 박보오리 조각가, 오버랩 기획자(김선영·박유영), 어드바이저(김현돈·조온우)가 함께 했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오늘날의 미디어 매체가 주가 된 소통과 경험을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4채널 영상과 그 사이에 놓인 오브제는 관람객의 촉각과 행위에 따라 변형되고, 투과와 투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가 생겨난다.

여기서 작가는 신체적 경험을 강조하며 삶의 공간과 사람 사이를 탐구한다. 그는 “공간에서 신체의 위치 변화는 건축과 영화적 경험의 토대를 형성한다”며 “도시를 산책하는 사람이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서로 다른 순간과 장소를 연결하듯이 영화의 관객 역시 영화 속의 경로를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이동하며 상상 속에서 서로 다른 순간과 장소를 연결한다”고 밝혔다.

박보오리 작가는 현재 베를린과 한국 등지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공간형 서울 개인전 ‘Import, Export, Transport’, 523 쿤스트독 부산 ‘바닷가의 방’이 있으며 2021 독일 담슈타트 청년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선영 오버랩 큐레이터는 “지역과 나이에 제한이 없는 이 프로그램은 협업을 통한 시각예술 연구의 한 과정으로 다양한 창작자와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다음달 2일 오후 4시부터는 아티스트 토크와 오프닝이 예정돼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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