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면 조지 워싱턴 거리가 있고, 링컨의 거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광주 북구 운암동에는 대자의 거리가 있다. 나는 일평생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43년간 농촌 목회를 하다가 만 70세에 정년 은퇴를 했다. 농촌이 무엇이 그리도 좋았을까? 농촌이 좋다고 고집하며 농촌교회만 찾아다니며 농촌 목회만 하다가 정년 은퇴를 하려고 하니 노후대책이 전혀 없었다.

정년 은퇴를 5년 앞에 두고 고민했다. 은퇴 후에도 농촌에 머물러 살 것인가 아니면,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도시 아파트 숲속에서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많이 기도했다. 현대를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30년을 살아야 할 장소를 선택해야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장소 물색을 했다. 마음은 계속해서 농촌이나 산간 숲속에서 살고 싶은 생각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농촌에서 낳아서 농촌에서만 살아온 당신이 무엇이 그리도 좋아 여생을 또 농촌에서 살려고 하느냐며 성화를 댄다. 농촌이 그렇게도 좋으면 당신 혼자 농촌에서 살라는 것이다. 자신만은 지긋지긋한 농촌 생활을 접고 여생을 대도시로 나가서 멋있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갑론을박하다가 5년이란 세월이 흘러가고 정년 은퇴해야 할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집와서 고생 고생을 하다가 암이라는 병을 얻어 언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지 모른 상황에서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광주에 작은 아파트 하나를 계약해 놓고 왔다. 아내는 잘 생각했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어찌 보면 이해는 간다. 아내가 저렇게도 좋아하고 기뻐하는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여인들은 신혼 초부터 대도시 아파트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멋 부리고 살았는데 어찌 아내라고 그런 생각이 없었겠는가? 지금까지 말없이 순종하며 참아 준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죄스러운 마음까지도 들었다. 결정 해놓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로 결정하고 이사를 마친 후 신기함을 느끼게 되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대자초등학교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사하는 것도 내 맘대로가 아닌 하나님의 섭리가 계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내 이름과 똑같은 대자초등학교가 있을까? 전국에 이런 명칭의 초등학교가 또 있을까? 인터넷 검사를 해 보았다. 딱 하나뿐이었다. 너무 신기해서 거리로 나섰다. 가까운 곳에 대자중학교가 있었고 대자 카센터도 있었다. 대자 태권도 스쿨, 대자 컴퓨터 수리점, 대자 아귀찜이라는 음식점도 보였다. 웅이네 찬가게도 보였다. 웅이는 내 아들 이름이다. 한 달이 지났다. 내가 살고 있는 거리가 대자로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믿고 살았던 하나님은 이렇게도 촘촘하게 섭리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는 이사 후 6개월 만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내가 그토록 원했던 도시 생활이 결국 나를 위한 구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생을 마감하면서도 남편을 위한 생각에 도시를 고집했던 아내가 보고 싶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여보! 고맙소. 나를 대자의 거리에 살도록 해놓고 멀리 떠나버린 당신……, 이제야 당신의 마음을 알겠소. 당신은 떠나면서도 남편만을 생각하고, 남편을 위해서 희생하고 살았다는 때 늦은 깨달음이지만 하늘나라에서 당신을 만날 것을 소망하면서 대자의 거리에서 남은 생을 멋지게 살겠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네요.”

<김대자 약력>
▲광주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전남문인협회 자문위원
▲계간 동산 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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