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신안군 섬마을에서 민간인 19명이 학살 당한 ‘증도면 등선리 희생 사건’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0단독 하종민 부장판사는 18일 A씨의 유족 3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3명에게 모두 1억4천4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신안 병풍도 소기점도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평범한 어민 A씨는 1950년 10월21일에 있었던 ‘증도면 등선리 희생 사건’에 휩쓸려 사망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목포를 수복한 국군은 신안 섬마을로 해병을 파견, 좌익 세력을 색출했는데 이 때 A씨는 부역자로 몰려 붙잡혔다.

A씨와 함께 붙잡힌 주민 18명은 1950년 10월21일 병풍도에서 끌려 나와 증도 모래섬 선착장으로 향했다.

당시 A씨는 구타로 인해 다친 다리를 힘겹게 끌어가며 이동했는데, 연행하던 경찰은 “시간이 지체된다”며 총을 쏴 사살했다.

현장에서 사망한 A씨를 뒤로하고 경찰들은 나머지 18명도 등선리 야산으로 끌고 가 모두 총살했다.

A씨 사망 후 한참이 지나서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군인과 경찰들이 신안 수복을 위해 상륙해 부역자를 색출한다며 수십명의 민간인을 총살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한국전쟁 시기 경찰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A씨를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고, 이에 따라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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