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지류 따라 은빛 물길 감고 도는 돛단배에서는
미각을 자극하는 홍어 삭힌 냄새가 난다

삼월 초하루 꽃샘추위에 싸락눈 내리고
맨살 드러낸 자색 황토밭에 숨 가쁘게 달려오는 봄바람
배 꽃향기는 태동을 준비중이다

그리움이 가슴을 파고 도는 고향의 길목에서
내 앞을 가로막은 커다란 옹관 분묘
마한 문화공원이란 이름으로 환치된 간척지
팔십 평생 가슴에 품은 애틋함이 뼛속까지 시리다

갯벌에서 미끄럼타고 놀던 뻘게, 고동, 짱둥어
비릿한 생의 심장을 쪼아대던 갈매기의 자맥질도
마한의 전설 속에 갇혀버렸구나

모노레일 길게 뻗어난 철길은 멈춰있고
데크 따라 조성된 길을 걷다 보니
샛강을 끼고 습지에 핀 갈꽃은
조각난 세월 앞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처럼 푸석인다

청솔 그늘 사이 수십 개 널브러진 고인돌 위에
“세월이 가도 영원히 살아 있는 내 마음의 고향 남해포”라고
새기며 돌아설 때 샛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바위틈새 비집고 손수건 흔든다

<박영자 약력>
▲‘문학예술’ 시, ‘수필문학’ 수필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고문,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서은 문병란 문학연구소 회원
▲전남여고문인회 회장 역임
▲시집 ‘아름다운 인연’, 수필집 ‘순백의 향기’
▲디카시집 ‘순간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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