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作 ‘마부니의 바람’ 중 일부

광주시립미술관의 문화도시광주전은 2012년부터 시작된 해외교류 전시다. 광주·전남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자리로, 올해는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과 함께 한다. 오는 23일까지 오키나와에 소재한 사키마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서로 엮은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는 광주·전남 작가 8명과 오키나와 작가 6명이 참여해 역사와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김화순·노은영·박성완·이상호·이세현·이준석·하성흡·홍성담(이상 광주·전남 작가), 킨조 미노루·타이라 코우시치·요나하 타이치·이시가키 카츠코·마치다 하야토·나카마 노부에(이상 일본 작가)까지 총 14명이다.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미래의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의 작품은 다양한 매체로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국에 의한 지배와 국가폭력 경험이 서려 있는 두 도시 광주와 오키나와 예술가들을 3가지 지점에서 서로 엮었다.

먼저 첫 번째 지점은 ‘장소’다. 약 1천㎞ 떨어진 두 도시 작가들이 공통의 의제를 위해 사키마미술관에 모였다.

두 번째 지점은 ‘세대’다. 국가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이 함께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고 전승하고자 한다.

마지막은 ‘매체’로, 판화와 회화, 한국화 등 다양한 매체의 어우러짐이 돋보인다.

홍성담 작가는 작품 ‘마부니의 바람’에서 1945년 오키나와 전투의 마지막 격전지인 마부니 절벽에서 뛰어내린 민간인 모습을 하얀나비의 날개짓으로 비유했다. 그 날개짓의 애달픈 바람은 1980년 광주에 이르러 혁명의 태풍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준석作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있으라’ 중 일부

이준석의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있으라’는 화면 가득 해바라기 꽃송이와 광주항쟁의 희생자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교차해 그린 것이다. 민중이 곧 역사의 주체이자 미래 사회의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성흡作 ‘1980.5.21 발포’ 중 일부

이밖에도 이상호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하성흡의 ‘1980.5.21. 발포’, 김화순의 ‘눈 오는 도청’, 이세현의 ‘바운더리’ 작품, 박성완의 초상화 작품, 노은영의 ‘곳 자리’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광주와 오키나와 두 도시는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일제 패망 이후에는 미군의 주둔, 다양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등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직접 겪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경험이나 이후 세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도를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로 엮인’ 광주와 오키나와 작가 14명의 교류로 탄생한 전시인 만큼 두 지역의 연대가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사키마미술관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중 하나인 후텐마 비행장에 인접한 곳이다. 비행장이 조성된 땅의 일부는 원래 사키마 미치오 관장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었다. 관장은 오랜 협상 끝에 일부를 반환받아 미술관을 설립했으며, 군용지대로 받은 돈으로 ‘삶과 죽음’, ‘고뇌와 구제’, ‘인간과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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