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이클릭아트

<속보>“주문, 사건 본인의 성을 ‘이(李)’로, 본을 ‘영광(靈光)’으로 창설할 것을 허가한다.”

한 평생 신분이 없다는 설움 속에 살아온 ‘무적자’(본보 6월14·18·20·21·26·27·28일 6면)를 대한민국이 품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광주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용민 판사는 무적자 A씨가 청구한 ‘성과 본 창설 허가’에 대해 인용 결정했다.

A씨가 대한민국 ‘내국인’임을 인정받은 것으로 가족관계 등록 신청 이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A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자랐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생년월일은 모른다. 통상 부모에 의해 출생신고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A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A씨의 나이는 정확하지 않다. 스스로 1967년생이라고 소개한 것에 비춰보면 57세로 추정된다. A씨는 태어난 월과 일을 2012년 영광군으로 온 3월1일로 정했다. 그전까지 A씨는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영광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생기는 등 이전과 ‘다른 삶’이 시작돼서다. 다만, 영광 이주 후에도 신분이 없어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 같은 사정을 접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A씨를 돕기 위해 2019년 광주가정법원에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다행인 것은 A씨에게 특정후견인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 덕에 A씨는 통장 개설이나 휴대전화 개통 등이 가능해졌고 ‘평범한 삶’에도 일정 부분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자격의 부재로 복지 제도 수혜 등이 불가능한 것은 그대로였다. 결국 A씨의 특정후견인은 지난 4월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재신청했다.

수개월 동안 노심초사하며 판결을 기다리던 A씨와 특정후견인은 2019년과는 다른 결정문을 받아들었다. 법원이 청구에 ‘이유 있다’고 판단,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소송을 맡은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한평생 제도권 밖에서 살아온 A씨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축하를 전했다.

A씨의 특정후견인인 윤하연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팀장은 “만감이 교차한다.

신청이 받아 들여질 수 있도록 힘써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에 A씨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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