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춘설헌’

‘땅을 두들며 노래한다’

의재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는 박문종 작가.

“인간이 씨를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일,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남도의 자연과 농촌을 배경으로 흙과 인간이 주고받는 서사를 그려내는 박문종 작가의 전시가 다음달 25일까지 의재미술관 1,2,4 전시실에서 열린다.

‘그림으로 농사짓는 화가’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 허백련미술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박 작가의 초대전으로, 광주시립미술관과 의재미술관이 공동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40여년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총 65점을 선보인다.

1978년 의재 허백련의 연진회 제자들이 스승의 뜻을 잇고자 창설한 연진회미술원은 그의 본격적인 그림 인생이 시작된 곳이다. 작가는 연진회미술원 1기생으로 그림에 입문했다. 난초 선 그리는 연습에만 3개월이 걸릴 정도로 마치 수련하듯 묵선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의 그림은 농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1980년대 흙을 재료로 한 실험적인 작품부터 1990년대 수묵에 황토물을 이용해 그린 ‘농경도’ 작업, 15년째 아이들과 농촌프로젝트로 함께해오고 있는 작품, 그리고 최근작까지. 농촌, 농경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신작인 ‘땅을 두들며 노래하다’는 농가월령가 중 3월령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논밭을 연상시키는 배경 위로 손에 손 잡고 줄지어 서있는 인물들과 그 위에 먹으로 새겨진 글씨가 돋보인다. 따스한 늦봄, 씨를 뿌리며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이들의 소박한 마음이 느껴진다.

의재 허백련에 대한 경의를 담은 ‘춘설헌’은 한지에 먹, 채색, 흙물을 이용해 의재의 후학양성과 창작의 공간이었던 춘설헌을 간결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모내기’에는 단순화된 인간 형상과 논의 지도기호인 ‘ㅛ’를 사용해 모내기의 풍경을 담아냈다. 작가가 사용하는 기호와 글자들은 그 자체로써 그림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그의 작업은 생명체가 뿌리내린 땅과 인간의 오래된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교감해 얻은 산물이자 기록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을 때,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란 논과 밭, 농경이 자연스레 떠올랐다”며 “급격한 시대 변화에 따라 황폐해진 농촌 그리고 논을 주제로 벼와 쌀, 농부 등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선옥 의재미술관장은 “작가가 오랜 세월 걸쳐 쌓아온 예술적 철학과 그가 바라보는 농촌과 인간,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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