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까지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는 오스트리아 파빌리온 ‘클럽 리에종’ 전경.

전시장 벽에 설치된 조명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클럽 리에종’ 내 통로 공간.

보랏빛 커튼이 전시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짙은 라텍스 향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관객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마치 공연이 끝난 무대 뒤를 헤매는 것 같기도 하다. 신비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공간을 가득 채운다. 벽을 따라 촘촘하게 설치된 조명불을 지나치며 우리는 ‘클럽 리에종’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이강하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작가 리즐 라프가 만들어낸 이 내밀한 공간은 카바레에서 영감을 받았다. 재료적 실험을 거듭하는 작가는 촉각적인 특성이 도드라지는 ‘라텍스’를 작품의 주요 요소로 사용한다.

마치 사람의 피부 표면과도 같은 라텍스 커튼은 작가가 일일이 수작업한 것으로, 황마를 보강재로 삼고 밧줄을 이어붙여 완성된 결과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각기 다른 길이의 커튼은 전시장 한가운데인 무대를 중심으로 실내를 호화롭게 감싼다.

‘클럽 리에종’을 주제로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무대와 객석, 휴식과 퍼포먼스 장소 간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관계, 연결된다는 뜻의 ‘리에종’은 작가 라프의 예술적 접근법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광주비엔날레가 진행되는 동안 이 클럽에서는 스케줄에 따라 다양한 범주의 퍼포먼스 예술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공연을 선보여오고 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도 관객들은 몽환적 분위기의 음악을 듣게 된다.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보컬리스트 카롤리나 프로이슐의 사운드 작품 ‘자이트가이스트’다. 이 새로운 실험적 사운드는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며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주제인 ‘판소리’를 반영하듯 시대를 초월한 목소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장 바깥 입구에서는 작가 인터뷰 및 일련의 작업과정을 담아낸 14분 가량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작가는 영상을 통해 “‘클럽 리에종’은 개개의 이야기가 모여 집단적 순간을 이룬다”며 “이같은 스토리텔링은 본전시 주제인 ‘판소리’와도 공명하는 지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객들은 공연이 진행되지 않을 때라도 마치 잔향처럼 공간이 주는 바이브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해진 퍼포먼스 프로그램 일정에 따라 역동적이고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에너지가 전시 공간을 차곡차곡 채운다.

이 감각적인 공간을 장식할 마지막 공연은 오는 30일 오후 7시 루카 본아모레와 라우 루카릴라, 카롤리나 프로이슐 총 3명의 예술가가 꾸민다. 내밀한 기억을 담아낸 퍼포먼스와 전자기기·노이즈 등 보컬실험 등 다채로운 무대를 펼쳐보일 예정이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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