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목)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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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원을 산책 하다 보면 열에 여덟은 반려동물을 안거나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고, 어쩌다 만나는 아이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저녁에 길을 걷다 보면 임대가 붙어 있는 가게들이 이제 간판 개수보다 많아진다. 시골은 해가 지면 사람 만나기가 힘들고, 국밥 한 그릇 먹기도 어렵다. 예전처럼 대규모 강연은 거의 사라졌다. 소규모의 강의만 의뢰가 들어 오고 한편으로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강의를 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쓴들 넘쳐나는 뉴스거리가 오히려 행복감을 무력감으로 바꾸는 일상이다. 그나마 가끔 들려오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소식 같은 좋은 소식을 빌미로 뉴스를 찾는다.
올 한해 우리 국민들은 누군가를 매우 미워하며 1년을 지낸 것 같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위기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이럴 때 지도자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피습과 테러를 당하는 상황이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다. 12월에는 ‘용서’ 하는 달로 정하고 올해 우리의 마음속에 미워하는 감정들을 잘 정리하고, 그 용서를 통해 다가오는 2025년 한 해를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에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하늘로 보내드렸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되어서인지 헤어짐에 익숙한 나이가 돼 간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평생 필자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어머니를 당신이 평소 그토록 바랬던 것처럼 누우신지 3일 만에 하느님 곁으로 가신 일은 가장 큰 슬픔이었다. 사랑하는 선·후배들, 가까운 지인들과의 영원한 이별로 인해 한 해 동안 정신없이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웃음을 배달하는 일이라서 무대 위에서 꽹과리를 치며 웃어야 했고, 학생들에게는 항상 웃음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교육자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했다.
혹시 내 마음속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바로 용서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상흔으로 자리 잡는 건 아직도 내 마음이 덜 닦인 거울인 것 같다.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집을 읽으며 용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용서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용서는 구원이라고, 용서하지 않기엔 죄가 많은 자신임을 모르지 않으면서 진정 용서하는 일은 왜 이리 힘든지요.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하루 해지기 전에 진심으로 뉘우치고 먼저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겸손한 믿음과 용기를 주십시오”. 12월을 보내며 이 한 해가 가기 전에 우리 서로 용서를 청하고 용서를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용서는 가장 이기적인 자기 사랑법이라고 한다. 자신을 위해 용서하자.
쌀독에 쌀이 떨어지면 사람까지 미워지는 법이다. 그래도 우리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는 말아야겠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 사이로 붕어빵 한 봉지 사가는 아버지의 모습, 딸아이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 어머니의 모습, 시린 손 호호 불며 코흘리개 장난꾸러기 동생을 안아주는 형아의 모습들을 그리면서 우리 서로 용서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아무리 따뜻한 난로가 있다고 한들 사람 마음처럼 따뜻함이 있으랴. 제아무리 비싼 옷보다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가치 있는 12월이 되기를 빌어본다. 치매예방 강연과 아이돌봄 종사자들 웃음 힐링 강의를 하면서 느꼈다. 그분들의 웃음이 곧 미래 우리들의 웃음이 된다.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기 위해서 내 가슴속 차가운 마음을 ‘용서’라는 손난로로 녹여가는 12월의 남은 시간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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