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금)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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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례는 요즘 우리의 결혼관이 크게 변화됐음을 알리는 증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을 보더라도 이같은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청년들의 비율이 39.7%였다. 10 명 중 6명이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거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졌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었다. 교제와 동거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자기 선택 중심으로 변한 것이다. 특히 20대 남성 43.1%, 20대 여성 42.4%가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고, 비혼 출산을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14.2%로 조사됐다.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2.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혼 부모나 비혼 부모, 사실혼 관계에서 출생한 아이는 혼인 외 출생아 통계에 포함된다. 혼인 외 출생아는 2021년 7천700명에서 2022년 9천800명, 2023년에는 1만900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전체 출생아 20명 중 1명이 혼외자인 셈이다. 혼외 출생아는 당연히 어머니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라가지만 아버지는 인지라는 법적절차를 거쳐 생부가 내 자식이 맞다고 인정해야 아버지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라간다. 2023년 4월30일 헌법재판소는 혼외자 출생신고를 생모만 할 수 있다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출산과 혼인을 독립적인 사건으로 여긴다. 그 때문에 비혼 출산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프랑스는 1999년에 ‘등록 동거혼(PACS, 팍스)’ 제도를 도입한 후 비혼 출산율이 62%로 늘어났다. ‘팍스’는 결혼하기 싫어하는 청년들, 이혼 절차를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에게 혼인 베리어 즉 혼인장벽을 낮춰준 정책이다. 2005년에는 민법을 개정해 혼중 출산자, 혼외 출산자 구분을 없앴다. 프랑스에서는 법률혼을 혼인이라고 하고, 팍스는 계약을 의미하는데 팍스라 하더라도 법률혼과 똑같이 가족수당, 실업수당을 주고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고 20년이 지난 현재, 등록 동거혼의 70%는 법률혼으로 이행했고 30% 정도가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팍스가 긍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미국 등이 비혼 커플의 출산정책을 펴고 있다. 네덜란드는 등록파트너십을 행하고 있고 스웨덴은 동거법을 제정해 등록된 동거 가정에 대해 혼인관계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독일은 비혼 출산이 늘어나자, 1997년 아동권리개혁법을 만들어 혼외자와 혼중자에 대한 개념을 없앴다. 비혼 출산율이 약 41%에 달하는 미국도 주마다 다르지만 2002년 통일친자법을 만들어 혼인 중 출산, 혼인 외 출산과 같은 용어를 없앴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앞으로 혼외 출생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지금의 출산정책과 양육정책은 결혼한 부부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로 인해 비혼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거나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출산과 혼인을 독립적인 사건으로 보고 이제 우리사회도 등록 동거혼이나 생활동반자법을 도입해야 할 때이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헌법정신 아래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동등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경상북도는 지난 2일, 지역 내 비혼 출생아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녀를 출산한 동거인에게 부모로서 법적지위를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칭 ‘동반가정등록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하고 국회입법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방정부로서는 발 빠른 대응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국회가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비혼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응원한다면 차별과 편견없는 사회로의 진입이 빨라질 것이다. 비혼출산 부모와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을 보호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결혼관에 맞춰 적절한 제도와 정책 수립이 행복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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