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가 자유의 몸이 됐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형사1부는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징역을 살던 김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피의자 자백과 주변인 진술 모두 증거 능력이 없으며 범행 수법 자체가 실현하기 어렵다고 봤다.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김씨는 2000년 3월 완도군 완도읍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탄 양주를 먹여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며 기소됐다. 이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같은 해 8월 무기징역에 처해졌으며 김씨의 항소와 상고가 줄줄이 기각당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백이 거짓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심 또한 주목받았다. 반인권적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한 박준영 변호사 등을 통해 환기된 것으로 법원은 2015년 신청을 수용했다.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 등도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위법 수사를 부인하고 범인은 김씨가 맞다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결론은 무죄였다. 수년 간 각종 쟁점을 노출하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고, 재심 청구 9년 만에서야 결정이 났다. 변호인은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검찰이 항소하면 2심이 이어질 수 있다.

여러 방송프로그램과 여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으로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원통하게 누명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해야 하며, 무고한 피해자가 있어선 안 되는 교훈을 남긴 사례라고 하겠다.

장흥교도소 앞에서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 진범 대신 2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와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21년 만에 풀려난 장동익 씨가 마중하며 위로를 건넸다. 출소한 김씨는 “잘못된 부분이 곧바로 고쳐졌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죄인 취급을 받아온 세월을 뒤로하고 조속히 마음의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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