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금)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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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갑자년 푸른 용과 2025 을사년의 푸른 뱀은 색채 중에서 가장 영적이고 지혜를 상징하는 푸름의 연결이다. 필자처럼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도 푸른색을 사용할 때 감정이 더욱 충만함을 느껴온다. 모든 인류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도 우주에서 보면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그 영롱한 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지구의 3분의 2가 물로 채워져 있으니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았을 때 얼마나 아름다울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 곳곳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추구로 인해 상처투성이로 변해가고 있다. 인류애를 상실한 채 인간의 끝이 없는 이기적인 자본의 축적과 편리함의 추구로 지구는 병들고 그 여파로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인류전체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국가들은 자국의 극단적인 이득에 빠져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과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러한 인류존망이 걸린 시기에 종교가 역할을 잊고 예술은 자본에 휘둘리고 철학이 부재한 채 지성의 역할을 잊는다면 인류의 미래를 어디에서 찾아야 될지 의문이 드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시기에 희망이 되는 일보다 혼란이 가중되는 역사를 현재 맞이하고 있다. 가장 맑은 푸름의 시기에 가장 어두운 터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영을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자들이 국민들의 삶보다는 자기 개인의 권력을 채우는 모습을 지금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24년 연말에는 일어나면 안 되는 아픈 참사까지 겹쳐 우리 지역민들은 속으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고 있는 중이다. 십년 전 세월호 참사로 꽃 같은 아이들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도한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 위에 또 다시 이웃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여객기 참사는 우리지역에서는 가까운 이웃과 친구, 친지들이 연관되어 있어 지역민들의 충격과 아픈 마음을 필설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친구의 가족이 희생돼 무안공항을 찾았을 때,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공허한 눈매를 잊을 수 없다. 어찌 몇 마디 말로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오천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연대와 나눔의 마음으로 뛰는 모습에서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도 언젠가는 치유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모든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한 일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도, 가장 아픈 시간도 모두 지나가면 흐릿해지지만 지역공동체가 공동으로 맞닿는 아픈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지혜가 필요하다.
올해는 우리 국민 앞에 놓여있는 난제들이 쌓여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치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등 얽히고설킨 혼란의 중심에 국민이 서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지역 경영을 위임받은 공직자나 모든 시민들이 진실된 역사관과 인간 사랑의 인류애,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으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길은 국민의 의지에 달려있다.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 전체의 공동체 정신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것은 5월 대동정신을 직접 경험한 우리의 자산이다. 국가나 지역 그리고 개인은 가장 큰 어려움을 극복하였을 때 진정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2025년은 푸른 뱀의 지혜의 해이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 정신으로 하나하나 주어진 일을 헤쳐 나가야 할 한 해인 것이다. 12월 연말이 돼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볼 때 후회되지 않게 1월의 다짐을 더 깊게 새겨본다. 글을 쓰는 시간 창밖으로 함박눈이 내린다. 세상의 아픔 위에도 자연은 이렇듯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위로해준다.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우리들 삶이 안정돼 자기도 모르게 김광균의 시 ‘설야’를 읊조리는 날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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