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도 전남대학교 정책대학원 객원교수

개헌보다 탄핵이 먼저다. ‘잘 살기 위해’ 개헌을 논의하자는데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불안정한 대한민국호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 대통령이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다. 사법절차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법치라는 헌법적 가치가 부정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법치주의와 국가사법체계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더 이상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지 말고 책임있는 자세로 사법절차에 임해야 한다.

현재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핵이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위기국면에서 개헌을 먼저 추진하자고 하는 것은 국정 실패를 무마하고 시간을 끌려는 물타기에 불과하다. 현재 상황을 직시하면, 탄핵 대선 개헌 순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빈슨은 “오늘날 한국 경제발전의 핵심은 민주화”라고 언급했다. 이미 K-문화는 세계를 점령해 가고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무기가 되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 바로 잡아주고 있다. 어떤 이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들불같은 현상이다. 헌법 개정을 정치권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나서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6년 겨울과 2024년 겨울, 우리는 살아있는 국민의 저력을 목도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우리 헌법은 1948년 제정되고 1987년까지 39년 동안 9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그 이후 37년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치권이 권력구조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정치권이 국민의 바람과 다르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헌정 체제가 과거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는 3차례 탄핵을 경험했다. 한 번은 기각, 한 번은 인용, 그리고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왜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필자는 국민주권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면 국민이 그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지 않다. 국민저항권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 권력이 국민이 직접 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민주주의, K-집회는 세계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촛불시민’이 만들어 낸 시민혁명은 개헌이 뒤따라야 완성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 4·19혁명과 6월 민주화운동 이후에도 헌법을 개정하여 국민이 요구한 권리와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그동안은 정치권의 유불리 해석으로 헌법 개정이 좌초되어 왔다. ‘기본권’, ‘국민 저항권’, ‘통치구조’, ‘정치제도’ 등을 새롭게 해야 한다. 세부적인 사항을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넘치고 넘친다. 이미 변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다. 대선을 치르고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국헌문란 사태를 겪고 있다. 국가신인도 추락, 민생경제 위기 등 국격이 무너지고 있다. 하루빨리 국민 불안을 종식시키고 헌정체제를 안정화·정상화시켜야 한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개헌이 필요하지만 국가전략에 우선 순위를 탄핵에 둬야 한다. 어쩌면 지금 개헌을 먼저 주장하는 집단들이 반국가세력일 개연성이 크다.

차기 정부는 집권 초기에 개헌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 과거의 문법을 넘어 미래의 문을 열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강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다. 위기는 기회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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