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복 품자주자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한국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분단상황에서 전쟁과 폐전의 잿더미 속에서 “쓰레기더미에서 어떻게 장미꽃이 필 수 있느냐”며 외신기자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우리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해주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 불과 50여일 전만해도 한국 정치상황은 위헌위법 소지의 비상계엄과 내란 발생으로 위기였지만 국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데 이어 내란수괴 피의자는 구속됐다. 분명코 이 땅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회복되고 헌정질서는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선시대 임금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지만, 민초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위대한 나라이다. 12월3일 10시30분 아닌 밤 중에 홍두깨 식으로 국회의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오는 무장 계엄군으로 인해 온 국민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켜냈고, 남태령의 트랙터 동학농민시위대를 젊은이들은 강추위 속에 밤을 새워가며 함께 했고, 인간 키세스 시위대는 눈을 맞아가며 은박담요를 뒤집어쓴 채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내려고 몸부림을 했다. 2030 MZ세대들의 뜨거운 심장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려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도 젊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나라이다. 얼핏 보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사회인 듯하면서도 뜨거운 심장들이 사는 곳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위기 속에서 우리 한국인들의 놀라운 대처는 세계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평화로운 저항을 보여줬다. 집회시위 문화가 80년대와는 달라졌다. 이번 시위 현장에는 유머 감각, 재미있는 센스, 음악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 현장의 거리에서 젊은이들은 파티처럼 춤을 추고 노래하며, K-Pop 팬덤에서 보이는 전자 응원봉들이 물결치는 모습에서 세계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K-민주주의의 저력을 실감했다. 어느 외국인 교수는 한국 사람처럼 시위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위기에 대해 시민들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희망을 보았고, 보여준 것이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부 수립 이후 체제유지를 위해 문화가 정권에 의해 악용되기도 하고 예술 창작활동이 검열을 받기도 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도 했다. 문화는 사회를 변혁시키는 주요한 매개수단이다. K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Pop으로 촉발된 한류열풍으로 인해 한국의 국격은 올라가고 세계가 주목하던 나라가 2024년 12월3일 이후 삽시간에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시위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위기를 문화와 축제로 승화시키는 헌신과 자발적 참여가 나라를 구하고 있다.

문화의 민주화 정책에서는 예술기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연극, 발레, 오케스트라 등 고급예술을 가능한 한 다수의 대중들이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장하는데 초점을 둔다. 문화의 민주화가 ‘모든 사람을 위한 문화’를 지향했다고 한다면, 문화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 의한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기본법(제4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고 있다. 단지 문화의 향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시민 모두가 문화를 창조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정부는 문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프로 예술가만 예술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은 예술가, 즉 아마추어 예술가 내지 시민예술가이다. 시민이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주민자치도 마찬가지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