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괘의 성격

“팔괘(八卦)는 인간이 살아가는 우주 삼라만상을 형성하는 기본 요소”이다.

역경(易經)은 대자연의 운행법칙과 천문, 지리, 인사 등 모든 변화를 극히 간단한 팔괘, 즉 하늘(天)과 땅(地), 산(山)과 못(澤), 우레(雷)와 바람(風), 물(水)과 불(火)의 움직임을 통해 설명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팔괘의 성격은 다음 아래 표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데 괘상의 변화를 추찰하는데 더없이 중요하다.

이를 ‘하늘과 땅은 제자리에 있고(天地定位), 산과 못은 서로 기가 통하고(山澤通氣), 우레와 바람은 서로 박박거리고(雷風相搏), 물과 불은 서로 싫어하지 않는다(水火不相射)’고 말한다.

역의 기본을 이루는 팔괘는 중국의 전설상의 시조라 하는 태호(太昊) 복희(伏羲)씨가 창안(B.C 6488)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역의 완성에는 많은 성현 선철이 참여해 삼세(三世)에 걸쳐 완성됐다. 즉, 상고시대 복희씨가 처음 팔괘, 육십사괘의 괘획(卦劃)을 그렸고 중고시대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그의 아들 주공(周公)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각각 붙였으며, 하고시대 공자(孔子)가 십익(十翼)이라는 역의 해설서를 편찬하여 결국 역은 삼세(三世)에 걸쳐 삼성인(三聖人)에 의해 완성됐다.(易道深矣 人更三聖 世歷三古).

공자의 십익(十翼)은 역경에 대한 부언 설명한 해설서로 64괘는 상경 30괘, 하경 34괘 상·하경(上下經)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상(象)에 대해 설명한 대상전(大象傳)과 소상전(小象傳), 괘사(卦辭)에 대한 설명한 단상전(彖上傳)과 단하전(彖下傳), 상경과 하경에 대한 형이상학적, 형이하학적 설명을 붙인 계사상전(繫辭上傳)과 계사하전(繫辭下傳)의 여섯 권을 비롯해 건위천괘와 곤위지괘만을 풀어 설명한 문언전(文言傳), 팔괘의 발생경위와 변화작용 등을 설명한 설괘전(說卦傳), 괘의 순서를 언급한 서괘전(序卦傳), 64괘의 순서를 재조정하고 상하괘를 뒤바꿔서 도전(倒顚)의 형식으로 상의 변화를 설명한 잡괘전(雜卦傳) 등 10권을 말하는데 이를 십익, 십전(十傳)이라 한다.

성인이 쓴 책을 불경, 성경 등 경(經)이라고 하는데 반해, 공자는 성인의 반열에는 들어가지는 않으나 그에 버금가는 의미로 특별히 공자의 저서에 전(傳)을 붙였다.

역의 팔괘는 우주는 음기(陰氣)와 양기(陽氣)의 두 가지 기운으로 이뤄졌다는 우주이원론에서 비롯됐다.

팔괘는 음과 양의 두 기운이 순환하고 변화하는 음양설(陰陽說)에서 시작됐다. 음은 0이고 양은 1로 하는 음양의 변화 원리는 0과 1의 2집법을 쓰는 컴퓨터의 원리와 같다. 괘에서는 음은 - -, 양은 -으로 표현해 남녀의 성기 모양을 형상화했다. 따라서 역의 기본 단위가 되는 팔괘는 이러한 음 또는 양의 기호로 이뤄진 한 획을 셋을 포개 겹쳐서 하나의 소성괘(小成卦)가 이뤄지는데 이 셋은 고대 동방의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사상에서 연유한 것이다.

소성괘 두 괘를 아래와 위에 포개어 대성괘(大成卦)를 만들고 그 대성괘 하나의 괘에는 대우주와 자연계의 모든 현상과 만물을 포괄 상징하면서 그 생성 변화 발전의 법칙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계사전에 이르기를, 역(易)에 태극(太極)이 있고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 즉 태음(太陰), 소양(少陽), 소음(少陰), 태양(太陽)으로 분화되고 사상은 팔괘로 변화 발전한다. 여기서 태극은 우주의 근본 중심으로 천지, 음양이 아직 갈라지기 이전의 혼돈한 가운데 이제부터 온갖 것을 생성해 가려고 고동치고 있는 원기(元氣)를 말한다. 태극은 진자(振子)운동을 통해 음과 양의 양의로 분화되고 양의는 다시 사상으로 변화되며, 사상은 다시 팔괘로 발전되고 이러한 과정이 거듭되어 마침내 육십사괘가 완성된다. 육십사괘는 팔괘인 소성괘가 겹쳐져 만들어진 대성괘의 상이다.

팔괘 생성

팔괘를 상하로 중첩해 하나의 대성괘를 만든 이유는 이 세상의 모든 요소는 이중적 구조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계는 하늘과 땅, 가정은 부모와 자녀, 학교에서는 선생과 학생, 회사에서는 경영진과 평사원. 공사조직은 관리층과 일반직원 등 모든 자연과 인사와 사회현상이 이렇게 이중적, 계층적 중첩 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이러한 이치에 따라 팔괘를 상하로 중첩해 육십사괘를 만들어 자연계의 모든 현상과 인간의 모든 일을 예순 네 가지로 유형화(類型化)해 분류 파악하고, 상하괘의 상호간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 발전의 양상을 살필 수 있게 하고 있다.

계사전에서는 이를 ‘방이유취(方以類聚) 물이군분(物以群分) 길흉생의(吉凶生矣)’라고 해 ‘만물은 같은 방향으로 유사한 물건이 모여 무리를 이루면서 분화 발전해 감으로써 길흉이 생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의 기원에는 역(易)이라는 글자와 관련해 세 가지 설이 있다.

먼저 석역설(蜥易說)은 역(易)이라는 문자는 도마뱀(석蜥)의 상형문자로서 역(易)자의 날 일(日)은 도마뱀의 머리, 네모 안의 점은 눈, 아래쪽 물(勿)자는 목, 허리, 꼬리, 발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역은 변화를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도마뱀의 변화의 상과 연계한 것이 그 근거이다.

둘째 일월설(日月說)은 일월(日月)은 음양의 대표적인 상징으로서 역은 음양으로 이뤄진 것이니 일과 월을 아래 위로 합친 문자가 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물(勿)자는 월(月)자와는 너무 다른 모양이나 역의 이상으로 음양을 일월과 연계시킨 것이 그 근거이다.

셋째는 일경관측설(日景觀測說)로 날씨를 관측했던 것에서 역이라는 문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日)은 태양이고 아래의 물(勿)은 ‘금지, 하지마라’는 명령의 깃발로서 진퇴출처(進退出處)를 알려주는 것이 역이라는 것이 그 근거이다.

복희팔괘도와 문왕팔괘도는 역학사상의 핵심이다.

역은 현재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주역(周易)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요순(堯舜)시대에는 태호(太昊) 복희(伏羲)씨가 만들어 하늘 건(乾)을 육십사괘중의 첫 괘에, 땅 곤(坤)을 마지막 괘로 정한 선천역(先天易)을 사용했고, 하(夏)나라 때는 간산괘(艮山卦)를 역의 시작으로 사용한 연산역(連山易)을 사용했으며, 은(殷)나라 때는 곤괘(坤卦)를 역의 시작으로 한 귀장역(歸藏易)을 사용했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역은 주(周)나라 때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 건(乾), 곤(坤)을 역의 시작으로, 기제(旣濟), 미제(未濟)를 역의 끝에 배열한 후천역(後天易)이며, 주나라 때 사용한 역이라고 해서 주역(周易)이라 한다.

팔괘의 위치와 방향을 정하고 있는 팔괘도(八卦圖)는 역학사상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이러한 팔괘의 발생경위와 변화작용, 방위와 성질을 설명한 설괘전(說卦傳)에서는 복희(伏羲)와 문왕(文王)의 팔괘방위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먼저 복희(伏羲) 팔괘방위도에서 하늘과 땅이 올바르게 위치하고(天地定位) 산과 못이 서로 기(氣)가 통하며(山澤通氣), 물과 불이 서로 쏘지 않고 싫어하지 않으며(水火不相射), 우레와 바람은 서로 박박거리고 접근(雷風相搏)한다고 하면서 그 위치와 방향을 정했다.

다음의 복희팔괘도를 살펴보면, 대립적 위치에 있는 괘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만물을 낳고, 못의 기운이 산으로 올라가 구름과 비가 되며, 물과 불은 상극관계이면서도 서로 감응하여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우레와 바람은 함께 어우러져 만물을 일깨우고 풍성함을 진작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복희팔괘도는 주역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자연계의 모습이고 자연계의 정태적 공간구조를 나타내고 있어 현실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실은 언제나 조화와 부조화, 균형과 불균형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희 팔괘도를 선천 팔괘도라고도 한다.

다음 문왕(文王) 팔괘도에서는 감괘(坎卦)와 이괘(離卦)를 제외한 모든 괘가 서로 부조화 상태에 있다. 즉 만물은 진방(震方)에서 나와 손방(巽方)에서 질서있게 정리되고 이방(離方)에서 밝게 빛나며, 곤방(坤方)에서 양육하여 일을 이루고 태방(兌方)에서 기뻐하며, 건방(乾方)에서 싸우고 감방(坎方)에서 수고하며, 간방(艮方)에서 갈무리 짖고 다시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문왕 팔괘도는 자연계의 동태적 시간적 변화과정을 설명하면서 현실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즉 복희팔괘도는 현실화되기 이전의 이상세계를 그린 것이라는 의미에서 선천 팔괘도(先天八卦圖)라 하고, 문왕팔괘도는 현실세계를 그린 것이라는 의미에서 후천팔괘도(後天八卦圖)라 한다. 선후천도는 북송(北宋)의 소강절(邵康節)이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팔괘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음양(陰陽)의 성질부터 알아야 한다.

음(陰)은 유연하고 치밀하며 꼼꼼하다. 소극적이고 음흉하며 어둡고 물질세계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욕심이 많다. 반면에 양(陽)은 강건하고 적극적이며 밝고 명랑 건전하여 정신세계를 추구하나 엉성하고 빈틈이 많다.

음양은 성장하기 전에는 음은 음끼리, 양은 양끼리 어울려 경쟁하면서 성장하지만, 성장을 하고 난 후에는 음은 양을, 양은 음을 찾아 서로의 조화를 모색한다. 이러한 음양의 성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괘가 바로 건천괘(乾天卦)와 곤지괘(坤地卦)이다. 건괘와 곤괘는 모두 같은 양끼리, 같은 음끼리 구성되어 있는 괘로, 공간적으로 같은 구성원으로 구성된 단체이거나 시간적으로 같은 요소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동질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건괘와 곤괘는 변화의 표준이 되는 괘이다. 나머지 괘들은 건괘와 곤괘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하늘과 땅이 만물의 근원이요, 부와 모가 생명현상의 모태(母胎)가 되는 것과 같다.

건괘는 모두 양으로 구성되어 있어 건실하고 실력을 갖췄으며 추진력이 있다. 그러나 모두 양으로 구성돼 있어 치밀성이 결여돼 하는 일이 거칠고 상호간에 응집력이 약하다. 위의 문왕 차서도를 보면 건괘인 양괘(陽卦)로부터 간괘(소남), 감괘(차남), 진괘(장남)가 비롯됐는데, 간괘 소남은 건괘의 상효에서, 감괘 중남은 건괘의 중효에서, 진괘 장남은 건괘의 하효에서 나왔다.

곤괘는 모두 음으로 구성돼 있어 음의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 나약하고 속이 허(虛)하며 음흉한 속성을 가지고 욕심이 많으나 부드럽고 치밀하여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문왕차서도에서 곤괘인 음괘로부터 태괘(소녀), 이괘(중녀), 손괘(장녀)가 비롯됐는데 태괘 소녀는 곤괘의 상효에서, 이괘 중녀는 곤괘의 중효에서, 손괘 장녀는 곤괘의 하효에서 나왔다. 괘는 아래에서 출발하여 위로 자라 나아간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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