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作 ‘화혼’

양계남作 ‘넉넉한 겨울’

고화흠作 ‘백안’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개인 소장한 미술품 컬렉션,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계에 큰 반향을 가져왔다. 2021년 기증된 2만3천여 점의 작품은 규모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경제적으로도 전례없는 수준으로 미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때껏 개인의 소유물로만 여겨졌던 컬렉션이 국민들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면서 국·공립미술관 소장 기증 작품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모이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이 남도의 자연과 풍경을 주제로 한 2025 기증작품전을 마련했다. 내년 2월9일까지 미술관 1층 기증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바람 빛 물결’ 전시다.

미술관은 기증을 통한 문화 자산의 사회적 환원을 실현하고 기증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상설 기증전시관을 운영, 연중 기증 작품 전시를 개최해오고 있다.

현재 미술관 소장품 총 566점 중 158점이 기증작품으로, 이는 전체의 약 28%를 차지한다. 이중 전남 출신 작가 작품은 120여 점으로, 규모면이나 예술적으로도 수준 높은 미술관 컬렉션을 구성하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남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컬렉션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의 소재로 사용됐으며, 풍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가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한 관찰과 재현을 넘어 작가 고유의 조형 언어로 자연을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 채색화 기법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회화 양식을 구축한 천경자의 꽃과 나비 작품 ‘화혼’을 비롯해 한국적 자연주의에서 서정적 추상으로 나아간 고화흠의 ‘백안’, 동양화 운필법을 활용해 사계절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한 양계남의 ‘넉넉한 겨울’, ‘오월은 여름일레라’, 경쾌하고 자유로운 색채 감각으로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한 윤재우의 ‘추경’, ‘탐라철쭉’ 등 총 11점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작품 모두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작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는 남도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기증 작품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공공의 자산으로서 그 의미를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 미술사의 흐름을 조망하고, 자연을 주제로 한 예술적 탐구를 감상하며 깊은 예술적 울림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매주 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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