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발레의 효시로 꼽히는 발레 뤼스(Ballet Russes)는 1909년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세운 발레단으로, 20년간 활약하며 발레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클래식 발레의 매너리즘에 돌파구를 찾고 있던 시기, 예술계의 수많은 천재와 협업하며 발레는 종합예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발레 뤼스는 20세기 음악, 미술, 패션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매년 발레 살롱콘서트를 개최해오고 있는 광주시립발레단이 ‘발레 뤼스’를 컨셉으로 기획공연을 펼친다.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과 22일 오후 3시, 7시 3차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리는 발레살롱콘서트 ‘Voice of Spring’이다.

이번 공연은 발레 뤼스 제1기에 해당하는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발레 뤼스의 부흥을 견인한 러시아 안무가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남자 요정을 등장시킨 ‘장미의 정’, 에로티시즘을 강조한 ‘세헤라자데’, 이국적 생기가 넘치는 ‘폴로비츠인의 춤’, 스트라빈스키의 존재를 알린 ‘불새’, 우아함이 돋보이는 ‘레 실피드’ 총 다섯 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첫 번째 무대로 선보일 무대는 ‘공기의 정령’이라는 뜻을 지닌 ‘레 실피드’ 공연이다. 유명한 로맨틱 발레 ‘라 실피드’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특별한 줄거리 없이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쇼팽의 짧은 피아노곡으로 구성돼 있다. 곡에 맞춰 앙상블·솔로·듀엣으로 나눠진다. 달빛이 비치는 숲속을 배경으로 환상적이고 꿈같은 장면이 펼쳐지며, 아름답고 우아한 앙상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음 무대에 오를 ‘장미의 정’은 테오필 고티에의 시 ‘나는 장미의 요정, 어젯밤 무도회에 당신이 나를 데려가 줬다’라는 구절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베버의 왈츠 ‘무도회의 권유’를 베를리오즈가 교향곡으로 편곡해 사용했다. 무도회에서 한 송이 장미를 받아 돌아온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잠들어 꿈속에서 장미의 정령과 함께 춤을 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어 옛 페르시아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신비로운 의상, 무대장치가 돋보이는 ‘세헤라자데’가 무대에 오른다. ‘천일야화’를 소재로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작곡한 발레극이다. 이 작품은 유럽의 예술·패션·건축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전무후무한 영향을 줬다. 열정적인 안무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대호평을 받으며 발레뤼스의 단골 레퍼토리로 알려진 작품이다.

다음으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예술계에 각인시킨 작품으로 유명한 ‘불새’가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 옛 전설을 소재로 환상적이고도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매혹적인 발레다. 이날 선보일 무대는 불새와 이반왕자의 첫 만남을 그린 2인무로 불새의 몸짓과 표정연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날 무대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폴로비츠인의 춤’이다. 공연에서는 공작 이고르가 유목민족을 정벌하려다 포로로 잡힌 뒤 탈출하기까지의 사건을 그린 오페라 ‘프린스 잉고르’ 2막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인다. 포로로 잡혀 침울한 생활을 보내는 이고르를 위해 마련된 가무 잔치가 펼쳐진다. 웅장하고 역동적인 음악과 진취적이며 호방한 전사들의 춤, 신비로운 여인들이 선보이는 애절한 춤사위가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총연출을 맡은 박경숙 예술감독은 “생동감·에너지 넘치는 춤과 음악으로 2025년 광주시립발레단의 첫 공연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면서도 연극적 요소가 뛰어난 극적인 발레 작품들을 통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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