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금)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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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차 없는 도시를 표방한 애리조나주 쿨데삭(Culdesac)은 보행자의 오아시스로 불리며, 차 없는 삶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 도시의 주민들은 차 없는 불편함보다 걷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깨닫고 있다고 한다. 이는 걸을 수 있는 도시에서의 주민들의 삶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심지어 더 부유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도시공간에 있어서 세계 각국의 공통된 관심사는 ‘보행자’, ‘탄소중립’,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중심의 도시개발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시되는 쾌적한 보행친화도시를 만드는 것이 미래도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선호했던 자동차 중심의 도시경영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해 차 없는 거리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사람·자연·지구’라는 친환경 도시의 미래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차 없는 사람 중심의 도시공간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가령 대기오염이 심각하기로 이름난 미국 LA에서 차 없는 거리제를 시행했더니, 각종 호흡기질환과 폐암을 유발하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 물질이 절반까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또한 서울시 차 없는 거리 5개소(인사동길, 풍물시장앞, 관철동길, 청계천로, 창동길)의 주변상인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차 없는 거리 시행 이후 방문객이 늘어나고 보행의 안전성·편안함·쾌적성이 증진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가 차 없는 거리에 기대하는 것은 비단 대기오염과 교통지옥으로부터의 해방만이 아니라, 거리에 사람 냄새 나는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서 도심상권이 살고 시민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사실에도 기인한다.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베트남의 호이안(Hoi An)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동차 없는 이상적인 세계 10대 여행지’에 선정된 바 있다. 이 도시는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자동차는 물론이고 베트남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까지 전면 통제되는 차 없는 거리 운영을 통해, 지역상권이 살고 전 세계 도보여행객들이 찾아오는 뚜벅이 천국을 만들어냈다.
지난 3월8일에 금남로에 처음으로 차 없는 거리제를 시행했다. 금남로 차 없는 거리는 금년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첫째주 일요일마다 운영할 계획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광주에도 비로소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 없다.
그간 지구의 날이나 충장축제 기간 동안에만 드문드문 차 없는 거리를 운영했으나, 이렇게 금남로에서 본격적으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자동차가 점령한 차도를 시민들의 휴식처로 환원시켜, 시민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보행하는 것을 보니 거리에 건강과 활력이 넘쳐나는 것 같다.
금남로에 자동차보다도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행복한 차 없는 거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여기에 단순히 자동차만 못 다니도록 통제하지 말고, 사람 냄새 나는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를 심어야 한다. 차 없는 거리가 연령과 계층을 뛰어 넘어 다양한 시민들이 즐겨찾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소통·교류의 장으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거리예술제, 길거리스포츠, 퍼포먼스, 거리퍼레이드, 동아리공연 등 금남로를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문화가 살아 있는 광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충장로·금남로 상인회 등 도심지역 상인들을 포함해 지역주민과 공동으로 사업추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인근 상인들의 차 없는 거리 사업 호응을 위해 주민들의 협의체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주민 주도에 의해 다양한 문화행사 프로그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차 없는 거리는 시정부가 사업 시행을, 주민자치조직인 타임스퀘어 BID가 행사의 관리를 담당하는 것은 좋은 실례이다.
이제 금남로 차 없는 거리에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를 심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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