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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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 자연, 기술 모든 것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을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기존 작업인 미디어의 양면성에서부터 시작해 수많은 소재가 거미줄처럼 뻗어나갔어요.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자본세 이후의 세상을 전시로 보여줘야겠단 생각이었죠. 모든 작품은 내 관심사, 내가 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 제네시스: 새로운 연대’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티스트 임용현 초대전이 오는 6월15일까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열린다.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그는 그동안 기술과 예술을 접목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양상을 해석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장 한켠의 ‘달콤한 트루먼’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감시 시스템과 이에 대한 통제, 사생활 침해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눈에는 보이지만 잡을 수는 없는 홀로그램 작품, 미디어 포화 사회 속 현대인의 소비 행위를 은유하는 사과 홀로그램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대형 인터렉티브 신작 ‘태풍’도 선보인다. 6m가 훌쩍 넘는 거대한 토네이도 모양의 설치물 위 시각적인 번개 이미지와 천둥 사운드가 덧입혀진 작품에 시선이 집중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허위정보의 거대한 흐름을 태풍에 비유한 작품이다. 매일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해내는 현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작은 행위가 결국엔 일상과 사회 전반을 휘몰아치는 ‘디지털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산업화로 인한 24시간 생산체계와 노동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No More 9 to 6’도 있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 가운데 침대에 누우면 끊임없는 소음과 빛이 잠을 방해한다. 업무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나 있음에도 미디어를 통해 24시간 업무와 연결되고 마는 현대인의 모습, 기술이 노동과 여가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몰입형 전시 공간인 4전시실을 가득 채운 VR 체험 작품 ‘아나스타시스 생존기’도 처음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게임기를 조작하듯 단서가 되는 물품을 수집하며 미션을 완수하고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프라즈마 소울 나노봇’과 만나게 되는 관람객은 기술 문명이 초래한 환경 위기와 인류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며 지속 가능한 공존에 대해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임용현 작가는 “기술 발전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지금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층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이 공존하며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품들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 속 예술이 던지는 질문을 깊이 있게 고민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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