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금)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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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이 흘러 요즈음 도심에서는 하늘의 별 보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달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 달이 없는 캄캄한 밤길은 무서웠지만 달이 훤한 밤이면 어둔 고샅길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은 보름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라는 동요를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렸으리라.
하지만 또 요즈음 누가 하늘의 달을 보고 살까? 별 볼 일 없다는 말은 하늘의 별을 볼 일이 없다는 말이지만 그 중의적 의미는 중요하지 않고 하찮은 일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별 볼 일 없다는 말은 있어도 달 볼일 없다는 말은 없다. 사실 요즈음 달을 볼 일도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달이 떠봐야 높다란 아파트에 가려지고 어둡지 않은 도심의 밤길을 달빛 도움으로 걸을 일도 없기 때문이리라. 그러기에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별을 올려다보고 달빛을 밟으며 숨바꼭질을 하던 추억도 그저 아스라할 뿐이다.
그러다 문득 우리 지역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의 나로 우주센터가 생각났다. 나로 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발사 기지로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출발점이며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지난 2003년에 건설이 시작돼 2009년 8월 25일 첫 발사가 이뤄졌다. 당시 궤도 진입에 실패했지만 2013년 1월30일 세 번째 도전으로 나로호 발사는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독자적으로 위성을 우주에 올릴 수 있는 세계 11번째의 국가가 됐다. 또 2021년 외국의 도움 없이 자체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하여 우주 강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그러기에 또 이 나로 우주 센터 가까이 고흥에서 여수에 이르는 4개의 섬을 잇는 5개의 대교가 있고 팔영산에서 남해를 바라보는 풍광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란 칭송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렇게 고흥 나로도의 나로 우주센터에서 민간인이 우주여행을 하게 될 날도 올 것이다. 우주선을 타고 달은 물론 별까지도 오고 갈 날이 올 것이다.
얼마 전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민간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가 1월 15일 미국 플로리다 우주 기지를 떠난 우주선 ‘블루 고스트’가 한 달 반 동안 지구와 달 궤도를 비행한 끝에 3월2일 한국시각 오후 5시34분에 달에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다. 놀랍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다음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우주선에 문학 시집 ‘폴라리스 트릴로지’가 실려있다는 것이다. 이 시집에 해, 달, 별을 주제로 한 한국 시조도 있는데 구충회의 달에게, 김달호의 운석의 꿈, 김흥열의 은하, 박헌오의 신비한 하늘 시집, 서관호의 강촌의 달, 이광의 해를 안고 오다, 최은희의 월광 소나타, 채현병의 칠월칠석날 등 한국 시조 8편과 루시 박 세종문화회 사무총장과 그의 자녀가 쓴 3편의 영문 번안 시조이다.
이 우주선에 실려 달에 간 시조는 우리 한국 고유의 정형시이다. 기본 형식은 3장 6구 4보격 12음보로 총 45자 내외이다. 또 3장은 각각 초장, 중장, 종장으로 부른다. 이 시조가 생겨난 시기는 이르게는 고려 중기이고 고려 말에서 조선 전기에 형식이 완성됐다.
우리 시조 중 달밤의 정취를 노래한 고려 때의 학자 이조년(李兆年·1268-1342)의 ‘다정가’가 있다. 바로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라는 시조이다.
그러니까 하얀 배꽃이 만발하고 눈 부신 달빛도 가득한 봄날의 환한 달밤에, 두견이가 내 맘을 어찌 알고 그리 구슬피 울겠느냐, 님이 그리워 애타는 마음도 병이어서 잠을 못 이룬다는 말이다.
‘춘래불사춘’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한 해의 봄은 그 한 해의 첫머리이고 긴 겨울을 지나고 맞기에 기다림의 계절이기도 하다. 봄이 봄 같으려면 시국이 안정되고 시절이 한없이 풍성해야 한다. 2025년의 봄이 누구에게나 풍성하고 피어나는 꽃처럼 화사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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