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당신의 그림자’ 앞에 선 김효삼 작가.

빛 바랜 검정 바탕 위 형형색색 스크래치 자국이 물씬 떠오른다. 마음 깊숙한 곳 상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듯한 이 작품의 명제는 ‘생채기’. 날카롭게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는 말과 행동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됐다.

40여 년 동안 지역 수채화단에서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효삼 작가가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한 신작으로 찾아왔다.

오는 13일까지 아크갤러리(동구 문화전당로 26번길 10-8)와 미노갤러리(동구 동계로 15번길 20-4)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 ‘현재와 과거’다.

전시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두 갈래 작업을 동시에 선보인다.

아크갤러리에선 지난 2년 간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생채기’ 등 추상 작품 30점을, 미노갤러리에선 그동안 그려왔던 구상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생채기’

작가는 “오랜 기간 구상 작업을 하던 중 나름대로의 개성 있는 작품을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바뀐 제 작업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추상 작품과 함께 예전 작업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고 밝혔다.

흔히 꽃과 자연 풍경 등 구체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한 수채화는 많지만, 추상 작업으로 이를 표현해내기는 어려울 터.

15년 전 ‘그림자’ 시리즈에서부터 추상적 경향을 시도해왔다는 그는 여러 시도 끝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생채기’ 연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여러가지 색 물감으로 바탕칠 해놓은 화면 위 마스킹 고무액으로 검정색 화면을 덮고 스프레이로 물감을 흩뿌린다. 그림이 완전히 마르고 난 뒤 고무를 떼어내면 울긋불긋 스크래치 형상이 만들어진다.

그는 “마음 상태에 따라 예민한 때는 보다 뾰족하게, 평화로운 때엔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생채기가 드러나곤 한다”며 “지금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무심코 상처를 준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 연작에 몰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로서 새로운 작업을 탐구하고 이를 세상에 내보이는 것에 대해 항상 설렌다는 그는 “구상과 추상은 표현기법이나 그 효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추상의 매력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갖는 것 같다. 당분간 추상 작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효삼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개인전 15회, 단체전 300여회 등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광주전남수채화협회에서 활동 중이며, 광주 롯데문화센터에서 수채화를 가르치고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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