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숙 광주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그날 판결문을 낭독한 문형배 재판관의 절제된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담담하게 법정에 울려 퍼졌고, 그 울림은 법정 밖 국민들의 가슴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무겁고도 정확했다.

그의 언어는 단지 판결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정의’와 ‘인권’의 방향을 제시한 선언이었다. 감동적인 판결문 뒤에는 교육을 위해 조용히 기부해 온 한 어른의 긴 세월이 있었다. 그는 바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 김장하 선생이다.

김장하 선생은 수십 년간 이름 없이 장학금을 지원했다. 기업가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교육의 가치를 믿었던 사람이다. 그가 지원한 장학생 중 한 명이 바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할 뻔했던 소년 문형배였다.

문형배는 훗날 재판관이 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 출연한다. 그는 촬영 중 김장하 선생을 떠올리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단순한 감사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받은 선의(善意)를 어떻게 세상에 되갚을 것인가’에 대한 문형배의 삶에 대한 질문이었다.

4월4일 선고문에서 문형배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다.

“법은 강한 자의 울타리가 아니라, 약한 자의 그늘이 되어야 한다. 헌법은 모두에게 존엄을 약속한다.”

이 문장은 한국 사회에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단지 법률적 해석이 아니라,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성찰, 그리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교육적 신념이 담겨 있다. 그 선고문은 그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어른을 만났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것은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며, 교육의 힘이 드러난 결과이기도 하다.

김장하 선생은 교단에 선 교사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내가 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줬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4월4일 그 ‘물’은 헌법재판소에서 ‘정의’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웠다.

지금 우리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 명의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그 기회가 다시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선한 순환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문형배 재판관은 김장하 선생에게 받은 기회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법의 판결로 되돌려 줬다.

“교육은 사람을 바꾸고,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김장하 선생의 믿음은 단지 한 사람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믿음은 다시 세상을 정의롭게 만드는 판결문이 됐고,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감동, 그리고 교육의 방향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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