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완

꽃은

제 올 때와
제 갈 때를 안다

결코 비바람이나
시절을 탓하지 않는다.
(시집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천년의 시작, 2018)

[시의 눈]

꽃은 의미다. 은유며 상징이다. 꽃은 유한이고 무한이다. 그래서 오묘한 미학이다. 감성이며 탐구다. 꽃은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다. 동시에 끝을 알리는 차임벨이다. 꽃은 사랑하는 이의 기쁨이며, 떠나간 이의 슬픈 그림자이다. 꽃은 위로이자 눈짓이며 유혹의 손이다. 꽃은 너와 나를 연결하는 끈이다. 꽃은 들여다볼수록 심오한 떨림이다. 꽃은 진리이자 약속이다. 정숙한 절제이고 화려한 패션이다. 꽃은 생의 우아한 신비이자 생의 생의 눈부신 향기다. 꽃은 물이다. 승화를 자유자재로 하고 시시 때때 의식의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 꽃은 수취인을 거부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배달되는 열린 선물이다. 꽃은 갈등과 대립적 요소들을 승화시키는 대승적 태도를 취한다. ‘꽃은 //제 올 때와/ 제 갈 때를 안다’에서 보듯 엄격한 이성을 내재하고 있다. 한치의 틈새도 없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미더움이다. 꽃은 게으름이나 배반이 없다. 그래서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는 노래처럼 때로는 짙은 감성의 시학을 연출케도 한다. ‘결코 비바람이나/ 시절을 탓하지 않는다’처럼 세파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다.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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