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윤作 ‘(식탁이 연극이 될 때)나는 내 이야기를 먹는다’

이창현作 ‘구도’

조은솔作 ‘죽은 것들은 죽어가면서 되살아났다’

개인의 경험과 집단적 역사 속 축적되는 기억.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선택적 저장과 해석의 과정을 거쳐 끊임없이 변화되며, 때로는 사라진다.

기억의 작용을 통해 경계가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조망하며 이를 다양한 매체와 조형적 접근을 통해 탐구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다음달 25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5전시실에서 열리는 청년작가전 ‘사라진 문을 두드릴 때’이다.

이번 전시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경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케이윤부터 신체와 옷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통해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이창현, 기억과 존재의 유기적 연결성, 생명의 순환적 구조를 다루는 조은솔까지 3명의 청년작가 작품 17점을 선보인다.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전시장을 들어서는 입구부터가 작품의 일부다.

영혼이 드나드는 공간인 ‘문지방’에 착안한 케이윤(윤지영) 작가의 작품은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들은 ‘문지방 밟지 말라’는 말을 떠올리며 관객들이 이 경계를 건너뛰어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게끔 한다.

제단을 연상시키는 계단형 구조물은 퍼포먼스 장소이자 관객 참여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그 앞쪽으로는 위패(位牌)함이 줄줄이 나열돼 있다.

한국 사회에서 죽은 이의 영혼이 머무는 상징적 공간으로 작용하는 ‘위패’에 작가는 ‘메트로놈’을 결합시켜 멈춰진 공간에서의 시간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이창현 작가는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서사를 재구성하는 ‘도구’로서 의복의 역사성을 다루는 작업을 펼쳐 보인다.

한 번도 빨지 않은 새것 그대로인 ‘진솔’ 한복에서 미적 감각을 느낀 작가는 이를 작업으로 표현해냈다.

여성들이 노동을 통해 한복 치마를 만들어내고도 한 번도 입지 못했던 것에 주목한 작가는 역사 속 여성의 노동 행위와 함께 신체와 의복의 관계 속 형성되는 기억의 정치학을 드러낸다.

조은솔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비생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끊임없이 변형되고 확장되는 유기적 흐름 속 존재를 고찰한다.

그의 작업은 생명과 환경, 물질이 서로 연결된 관계망 속 작동하고 있다. 비디오 작업 ‘싸우는 것인가 춤을 추는 것인가’ 속 손의 움직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들이 함께 변화하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나감을 의미한다. 잠자리의 눈을 모티브 삼은 안경을 쓰고 자연의 눈으로 물체를 바라보며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설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정하윤 학예사는 “기억과 경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시각화되고 재구성되는지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기억’이 더이상 단순한 과거의 반영이 아닌 현재를 형성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역동적 과정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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