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목)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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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근래 우리의 연대는 뭔가 조금 되돌아 봐야 할 시기인 듯 하다. 뉴스만 틀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함께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자행되는 폭력이 그렇다. 더불어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옳다, 그르다 식의 논리로 상대를 반(反)인간 취급하는 일들은 연대의 진정한 의미와도 맞지 않는 행동이라 하겠다.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 또한 인문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일들이 대다수이기에 이를 하나의 관점(가치)으로 결론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생각의 차이를 넘어 극단적 혐오로 우리라는 감각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록 우리가 단기간 안에 눈부실만큼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 ‘우리’라는 이름이 도전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한다.
-내편과 네편의 경계가 분명한 지금,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
그렇다면 연대란 무엇인가?
집회나 시위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연대라는 단어는 좁은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아 일반적으로 딱딱하게 다가온다.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진다’ 또는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돼 있다’라는 사전적 정의만 보더라도 우리가 하나의 끈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연대는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연대가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혁명(1789)부터라 볼 수 있다.
‘자유’, ‘평등’과 함께 혁명이념으로 제시된 ‘연대’는 19세기 이후 거의 모든 사회운동의 슬로건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주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 등에 쓰였다.
이렇게 연대가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는 사회적 결속을 가져오는 응집력이나, 사회의 귀속성을 의미하는 공동체적 소속감을 말한다.
하지만 ‘동등하며 동시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 이처럼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서 발현돼야 하는 연대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진성 작가의 작품 ‘barcode2024-1’를 보면 연대란 단어의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양쪽으로 쪼개진 우리의 현재를 살필 수 있다. 작품을 보면 무의미한 숫자들과 12월3일을 섞어놓은 ‘232203120200’과 그 아래 48230312, 51207874, 01010412, 마치 바코드처럼 적힌 숫자들이 낯설게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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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들은 다름아닌 계엄군의 국회 투입 시간인 12월03일23시48분과 12월04일 01시01분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된 시간을, 그리고 51207874는 이 사건을 경험한 당시의 국민숫자를 적어넣은 것이다.
자신과 마주한 일련의 사건들을 암호화해 화면에 담는 작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화폭에 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직접 관조한 세대로서 기록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우리에게 진정한 연대가 찾아오려면 아직은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하다. 니편과 내편을 떠나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광장 이후를 생각해야 할 바로 지금 새로운 연대의 의미를 찾아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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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삶의 배경 속에서 연대라는 뜻을 올바르게 정의내릴 수 있어야…
먼저 연대의 바깥을 무시하는 폐쇄성을 개방하고 새로운 연대 감수성을 깨울 수 있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또한 연대를 올바르게 작동시켜 내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렇기에 옳고 그름을 나누는 운동(movement)보다는 ‘지속적인 연결’과 ‘협력’의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뛰어난 한 사람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이 수평적으로 연결된 채 서로 유용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해보이고 미미한 문제들을 살필 줄 아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다시말해 시민각자가 활발한 정치참여는 물론 개인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소수의 연대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각자의 삶의 배경 속에서 경험하며 체득했던 사건들을 고민해보며 먼저 자신의 삶의 배경 속에서 연대라는 뜻을 올바르게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곳곳에서 연일 시위와 화염병이 난무하던 그야말로 뜨겁던 80년대, 필자는 80년 5·18을 손가락으로 꼬박 세 번 세던 83년 5월18일에 태어났다.
세기말과 밀레니엄에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영광의 2002년 월드컵엔 대학에서 빨간색 응원복을 과친구들과 리폼해 입고 전대 후문에서 열심히 응원을 했었다.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듯 치열하던 그 당시의 경험이 직접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광주라는 지역에서 살며 교육을 받고 보고 배웠던 경험과 더불어 오월미술제 총감독을 3년간 연임하며 연대에 관한 고민을 함께 해왔기에 그 과정에서 생각의 폭이 더 유연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1980년대와 2020년대 사이에 위치한 필자의 연대기에서 볼 때 연대라는 단어는 그렇게 멀지도 또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진정성과 진심을 구분할 줄알며 연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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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대뿐만아니라 비슷한 연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그들과 지속적으로 연결하며 서로의 지향점을 공유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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