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영원한 햇살’

꽃은 단지 예뻐서 선물하는 걸까. 신세계 VIP 아티스트 토크는 그런 질문으로 시작됐다.

퍼실리테이터 김영순 선생님은 말했다. “우리는 꽃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 꽃이 피기까지 견뎌낸 계절과 시간을 함께 건네는 겁니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고독과 기다림, 흔들림과 용서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태어난다.

이번 토크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자리였다. 말 없는 응시 하나가 내 그림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했다. 나는 늘 믿는다. 그림은 감정으로 쓰는 편지라고. 그리고 그 편지는 보는 이의 마음에서 다시 번역된다. 그래서 작품은 나의 것이면서, 동시에 나의 것이 아니다.

관객들은 스케치북에 각자의 감상을 적었다. ‘해파리’, ‘눈물’, ‘열매’, ‘파랑’, ‘흔적’…. 그 단어들엔 삶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해석 속에서 나도 미처 알지 못한 감정이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내 작업 ‘마음산책’은 사별한 아내의 일기에서 시작됐다. 이해하지 못했던 삶과 뒤늦은 대화. 나는 매일 한 획씩, 감정의 편지를 쓰듯 색을 쌓았다. 그림의 표면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떨리는 생명이 있다.

누군가는 내 그림에서 ‘기도의 색’을, 또 다른 이는 ‘마음의 정자’를 읽었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감정, 혹은 그 이상이었다.

강진에서 자란 나에게 파랑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하늘과 바다 사이의 감정, 그 경계에 선 마음이다.

그날의 대화는 하나의 전시처럼 따뜻했다. 말이 물감이 되었고, 눈빛이 화폭이 되었다. 관객 중 한 분이 말했다. “작가님의 그림은 제목 없이도 좋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깊이 간직했다. 예술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다시 피워내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한 줄의 감정을 붓에 담는다.<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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