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달팽이의 회고록

2025년 봄 광주극장을 빛낼 영화 4편이 개봉한다. 세계 유수 영화제가 주목한 신예 감독들의 첫 장편 영화부터 30년 만에 칸에서 수상한 인도 영화, 웰메이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까지 다채롭다.

먼저 23일 개봉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출신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다. 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빛과 어둠, 상처와 치유, 연대와 독립을 이야기한다. 30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인도 영화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인도 사회의 축소판인 뭄바이를 황홀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그려내는 동시에 그 속에서 노동하는 여성들의 서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 영화는 뉴욕 타임스, 할리우드 리포터, 인디와이어, 사이트 앤 사운드, 필름 코멘트, AP 등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 1위’로 선정됐다. 또한 까이에 뒤 시네마, 타임, 롤링스톤, 가디언 등 유수의 해외 매체들 역시 2024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으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같은 날 스크린에 걸리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14년을 사귄 레전드 커플이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이별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거스트 버진’(2019), ‘와서 직접 봐봐’(2022) 등으로 유럽에서 촉망받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떠오른 스페인 호나스 트루에바의 최신작이다. ‘이별 파티’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관계의 진실에 다가서는 두 남녀의 여정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낸다. 헤겔과 니체 같은 근현대 철학자부터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와 잉마르 베리만 같은 거장 감독의 작품까지.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문학적·영화적 레퍼런스가 지적이고 정서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유럽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했다. 이어 까이에 뒤 시네마 ‘올해의 영화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30일에는 일본 네오 소라 감독의 장편 드라마 데뷔작 ‘해피엔드’가 관객들과 만난다. 지진의 위협이 드리운 근미래의 도쿄에서 세상의 균열과 함께 미묘한 우정의 균열을 마주하게 된 두 친구 ‘유타’와 ‘코우’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드라마다. 청춘의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연출과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조화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며 세계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손꼽히는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신작 ‘달팽이의 회고록’도 30일 개봉한다. 거듭 덮쳐오는 불운한 운명 속에서도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는 그레이스의 성장을 담고 있다. 8년간의 제작 기간 동안 7천여 개의 오브제와 13만5천 장의 캡처 이미지가 사용됐다. AI와 CG는 일절 사용되지 않았으며,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 100% 휴먼 메이드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과 제97회 아카데미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 선정, 제25회 선댄스영화제 개막작, 제59회 베를린영화제 크리스탈곰상 특별언급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상영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62-224-5858.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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