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전남도립대 웰니스학과·문학평론가

우리는 지난겨울, 헌정사에 길이 남을 위기를 겪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가 권력을 국민 위에 행사하려 했던 사건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권력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이 사건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민주주의란 단지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며, 모든 공권력은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시 말해,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통령은 그 권한을 위임받은 자에 불과하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뿌리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란, 누구도 예외 없이 법 앞에 평등하고, 헌법 질서가 모든 권력의 행사를 제한하는 체계를 말한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자의적으로 발동하려 했던 시도는 그 자체로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다행히 헌법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이 위기를 막아냈지만, 우리가 경계심을 늦춘다면 언제든 또 다른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의 자격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청렴함이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없는 사람, 공직의 무게를 이해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청렴은 도덕적 자질이자 국정의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과거 수많은 지도자가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측근 비리와 사익 추구에 빠졌고, 그 끝은 언제나 국민의 분노와 고통이었다.

공정과 상식 또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며, 정책은 어느 특정 세력이나 지역에 유리하게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되, 전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접근과 설명이 필수적이다. 법이 정의롭지 않으면 국민은 고통받고, 정책이 상식을 벗어나면 분열은 깊어진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애민(愛民) 정신’이다. 국민을 단순히 통치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보호하고 섬겨야 할 주체로 바라보는 마음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삶이 어려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지도자가 존경받는다. 애민 정신이 없는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은 ‘존경받는 지도자’다. 이는 권위적인 이미지나 강한 발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원칙과 신뢰를 지키고, 국민의 약속을 무겁게 여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존경은 성실함과 일관성, 그리고 국민과 함께 가겠다는 진심에서 비롯된다. 선거는 인기 투표가 아니다.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고르는 선택이다.

우리는 이번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똑똑히 목격했다. 선출된 권력이 국민의 권한을 넘어설 때,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는 헌법과 법률뿐이다. 6·3 대선은 단순히 더 나은 정당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는지를 말하는 국민의 목소리이자 선언이다. 권력의 주체는 국민이다. 국가의 모든 권한은 오직 국민에게 있으며, 대통령은 그 뜻을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우리는 또 한 번의 실수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헌정 질서가 무너졌던 상처를 딛고, 다시 국민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신중하고도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날, 투표소에서 만나는 것은 단지 후보자의 이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그 답은 오롯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